포스트잇·편지 추모공간 변모
시민 구한 상인들 "죄책감 시달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은 폴리스라인이 걷힌 후 추모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구했던 골목 내 상인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은 폴리스라인이 걷힌 후 추모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구했던 골목 내 상인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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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빈 의자 같은 데를 보면 그분들이 앉아 계신 것 같아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 빨간색 가벽이 시작되는 지점에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다과가 놓여있었다. 골목 주변 형형색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비를 맞은 듯 펜 자국이 번진 편지가 보인다. “학생증이 너무 예쁘게 잘 나왔는데 보고 가면 좋았을걸” 1만살이 돼도 함께 하겠다며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한 시민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당연한 죽음이란 것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로 희생자를 애도했다. ‘참사 당일 절규의 손자국’. 빨간색 울타리에 새겨진 그 날의 흔적도 보인다. 손바닥 모양이 30cm 정도 이어져 내려왔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은 폴리스라인이 걷힌 후 추모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구했던 골목 내 상인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다.

‘참사 당일 절규의 손자국’. 빨간색 울타리에 새겨진 그 날의 흔적도 보인다. 손바닥 모양이 30cm 정도 이어져 내려왔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참사 당일 절규의 손자국’. 빨간색 울타리에 새겨진 그 날의 흔적도 보인다. 손바닥 모양이 30cm 정도 이어져 내려왔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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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내 상점들은 간판의 불은 켰지만, 영업을 하진 않았다. 본지와 만난 골목 내 힙합클럽 ‘108라운지’ 직원들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께부터 사람들이 클럽 입구에 몰려들었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심각한 걸 깨달은 직원들은 문을 개방했고 이미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매니저 김상현씨(29)는 “이미 눈을 감고 계신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식을 차리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거나 구급대원들이 갖고 온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등 구조 활동에 전념했다.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정신없이 구조를 마치고 매니저 1명을 제외한 직원들은 집에 돌아갔다.


본지와 만난 골목 내 힙합클럽 ‘108라운지’ 직원들은 그날 이후 이들 전원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희생자들을 더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본지와 만난 골목 내 힙합클럽 ‘108라운지’ 직원들은 그날 이후 이들 전원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희생자들을 더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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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이들 전원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환청을 듣는 등 신체적 변화도 겪고 있다. 클럽 입구를 지키는 이상현씨(24)는 입원 치료를 권유받기도 했다. 이씨는 “참사 다음 날 샤워를 하는 데 계속 (참사 희생자들이) 나를 붙잡는 기분이 들었다”며 “집에 있으면 영혼들이 저를 부르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자들을 더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매니저 정반석씨(29)는 “직원 중 나름 연장자라 괜찮은 척 연기를 했던 것 같은데 밥을 먹으면 한동안 구토를 했다”며 “더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끼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골목에서 인명을 구했던 남인석씨(80)도 그날의 기억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신발을 주거나 사람들을 빼내는 구조 활동을 했다. 하지만 30~40분 넘게 눌려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당시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고 했다. 남씨는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20~30대였다”라며 “지금도 생각이 나고 눈물이 북받쳐 오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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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유가족, 부상자, 가족, 목격자, 일반 국민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 ■국가트라우마센터(02-2204-1435) ■외국인(통역이 필요하신 분) (1577-1366)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 ■청소년 (1388)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상담 ■일반국민 (1670-9512)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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