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제도 이태원 참사와 똑같다…한마디로 시스템이 망가졌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권력 감시 30년만에 이렇게 시스템 붕괴된 건 처음"
"모피아 입장 달라도 이렇게 허당은 아닌데 시스템 작동 안 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 백약이 무효"
"시장신뢰 회복 조치 위해 현정부 경제팀 교체해야"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주최한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마디로 얘기해서 시스템이 망가졌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8일 인터뷰에서 "권력 감시를 참여연대 때부터 하면 30년 가까이 들여다보는 데 이렇게 시스템이 붕괴되고 마비된 것은 처음 본다"며 이같이 단언했다. 김 소장은 어처구니없는 보고체계를 보였던 이태원 참사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경제도 딱 그렇다"고 했다.
그는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이런 경제 상황이라는 게 갑작스러운 어떤 사건에 의해 쇼크로 온 게 아니고 이미 작년부터 예상됐던 일이었다"며 "대선 끝나고 두 달간 아무런 대책이 없더니 노동개혁이나 교육개혁, 공공부문 개혁 같은 중장기 개혁 과제나 내놓고 가계부채 문제가 터져 나오는데 3개월이 지나서야 대책이 나왔다"고 했다.
채권 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이른바 김진태발 경제위기 사건(레고랜드 사태)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에서 일일 모니터 팀이 있어 거기서 매일 보고 받고 자본시장이나 채권시장 동향이 보고됐을 텐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안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현 정부 경제위기 대응팀의 감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나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오랫동안 바깥에 있다 들어왔더니 감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상황 보고가 이뤄졌는데도 컨틴전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논란이 됐던 흥국생명 콜옵션 문제에 대해서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파장 등을 무감각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입장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모피아(기획재정부 등 관료)가 이 정도 허당은 아닌데 돌아가는 시스템조차 안 돌아가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지난 9월28일 김 지사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최종부도가 10월4일인데 일주일 동안 뭐 했으며, 첫 대책이 나온 10월22일까지는 뭘 했냐"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떻게 ‘강원도의 문제는 강원도가 대응해야. 그 여파가 확산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냐"며 "도대체 뭘 보고 받았고 무슨 판단을 해서 왜 늦어졌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소장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위기 국면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신용경색은 한 마디로 못 믿겠다는 것인데 멀쩡한 기업도 단기 유동성이 생기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최종 대부자로서 국가가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사태에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국가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내몰릴 수 있게 된다"고 우려를 했다.
김 소장은 "당초 부동산 만기 브릿지 만기 등이 내년 6월에 몰려 있어 2분기쯤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를 했는데 이게 내년 상반기쯤으로 올 수 있다"며 "이르면 올해 연말, 내년 연초로도 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정부가 안이하게 보고 있다"며 "상황 대처에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이 인식하는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지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김 소장은 한국은행의 개입 등에 대해 "과거 코로나 국면에서는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어 채권을 매입하는 등으로 나설 수 있지만,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가며 고금리 기조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채권 매임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한은으로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 되어 고유의 기관으로 선택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어려운 것은 당시는 어떤 사건에 의한 것이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복 국면으로 돌아가는 데 반해 이번 상황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와 코로나 국면에서의 유동성 공급 때문에 생긴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연준이 정책적으로 고금리 기조를 잡고 장기간에 걸쳐 밀고 가겠다고 한 만큼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리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내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고, 기업들의 자금 경색 등도 장기화 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상황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2년간은 갈 것"이라며 "정부는 단기간 신용 경색에는 이렇게, 중기적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 경제정책을 내놓고는 변경할 의지도, 능력도, 태도도 안 보이고 있으니 시장은 정부를 못 믿게 될 것"이라며 "현 정부 경제팀의 교체가 그런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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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해왔던 김 소장은 19대 국회 민주당 의원으로 금융·공정거래·재벌 개혁 분야 정책통으로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냈으며, 민주당의 싱크탱크 격인 더미래연구소의 소장으로 활동중이다. 민주당은 최근 채권발 유동성 위기 국면과 관련해 김진태발 금융위기 진상조사단을 꾸렸는데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단에 이례적으로 김 소장이 원외인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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