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시신' 탈북민의 위기징후, 통일부도 알고 있었다
통일부, 작년 5월부터 5차례 위기징후 인지
복지부·지자체 이어 '연락 두절'로 조치 못해
"관리 사각지대 아닌 '정착 어려움' 주목해야"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최근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탈북민의 위기징후를 통일부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위기를 감지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통일부 모두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막지 못하면서 탈북민 위기관리 시스템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탈북민 여성 김모씨에 대한 위기징후 감시 정보를 지난해 5월 통일부에 전달했다. 이후로도 같은 해 7월과 9월, 올 상반기 2차례까지 최소 5차례에 걸쳐 이 같은 정보가 통일부에 통보됐다.
김씨는 2002년 입국한 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다른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전문 상담사로 활동했다. 성공적인 탈북민 정착 사례로 꼽히면서 언론에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말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상담사 일을 그만둔 뒤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씨에 대해 "이번에 발견된 탈북민과 관련해서 보건복지부가 통일부에 '위기 징후가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사 중'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며 "국감에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있어 통일부는 지자체 조사에서 제외된 탈북민에 한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통일부는 연 2회 탈북민에 대해 조사하고 복지부는 연 6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위기가구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를 두고 국회에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올 2월 해당 업무를 전담할 안전지원팀을 신설하고, 지난 5월부터 복지부 조사에서 제외된 탈북민에 대해서만 안전 여부를 확인해왔다.
관할 지자체인 양천구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5차례에 걸쳐 위기징후 정보를 복지부로부터 전달받고, 김씨의 집을 5차례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후 지난 19일 1년 넘게 임대료가 밀린 김씨의 강제 퇴거 절차를 밟기 위해 그의 집을 찾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들과 법원 집행관에 의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통일부의 탈북민 사례관리는 남북하나재단 산하 하나센터에서 맡고 있다. 관할 구역별로 사회복지관 등 민간에 위탁 운영되는 형태로, 김씨의 주소지 권역을 담당하던 센터 역시 '연락 두절'을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사례관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센터 측도 가능한 조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안전지원팀이 결과적으로는 제 역할을 못 했다"며 "탈북민 안전지원 시스템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할 점이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씨의 고독사를 '위기관리'가 아닌 '남한 정착' 자체로 시각을 넓혀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김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A씨는 8년간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상담사로 일했던 만큼 그가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이 생겼을 때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을 짚었다. 더구나 탈북민은 신변의 문제로 연락처를 자주 바꾸거나 거주지를 옮기는데, 이를 관련 기관 등에 직접 알리지 않을 경우 당국도 조처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단순히 탈북민을 잘 보호하거나 관리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며 "탈북민 스스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연락처를 바꾸고 이를 고지하지 않으면 기관에서도 행방을 알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왜 사망했는지, 정착 과정에서 겪었을 어려움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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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씨는 2019년 6월 경찰에 더 이상 신변보호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으며, 그해 12월 신변보호관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탈북민의 정착 초기 5년간 신변보호를 지원하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를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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