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본질 육아' 펴내
한국 '입시 육아' 폐단 지적
"자녀를 키우는 궁극적 목적은 자주적 성으로 독립시키는 것"
"무한한 사랑·가치 교육 중요"

[서믿음의 책담]지나영 “60초 허그의 힘…아이 스스로 길 찾게 도와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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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우리 아이에게 최소 이 정도는 시켜야지.”


대다수 한국인 부모의 마음이다. 탄생의 기쁨도 잠시, 20년간 내 삶은 끝났다는 희생정신 위에 자신의 삶을 내던진다. 부모는 사실상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면서 최적 루트로 인도한다. ‘실패할 기회’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기민하게 움직여 아이를 평균 이상의 인재상에 끼워 맞추기에 급급하다. 기쁨이 목표 달성에 있다 보니 늘 불안하다. 목표는 끝이 없기에 인도하는 부모도, 따르는 아이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으로 아이의 미래를 개척하다 보니 삶이 버겁고 힘겹다. 그렇다 보니 양육은 달성하기 몹시 어려운 미션이 돼, 자책감과 열등감으로 점철된다.

지나영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런 ‘입시 육아’의 폐단을 지적하며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본질 육아’를 설파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노동으로 바빴던 부모 슬하에서 “방임”되다시피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 깊은 신뢰와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그가 아이의 가치와 자존감을 바로 세워줄 육아교육법을 전한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21세기북스) 저자인 지 교수를 만났다.


- 저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많은 사람이 육아에 지쳐있다.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불안감에 열심히 산다. 그런 와중에 본질위육아를 하면 힘들지 않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유튜브 ‘닥터지하고’를 2년째 운영하다보니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 20년간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교육 체계를 모두 지켜봤는데, 비교했을 때 한국의 교육은 어떠한가.

▲다양성에서 차이가 크다. 다양성 면에서 아이들은 각기 다른 잠재력을 지닌다. 코끼리, 악어, 원숭이가 다 다른데 공평하게 나무타기 시험을 보라고 하면 어떻겠나. 물고기에게 나무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부모는 어떻게든 나무에 오르도록 조련한다. 사회는 그걸 당연한 일로 여긴다. 그럼 아이는 ‘내가 바보구나’, 부모는 ‘내가 잘못 교육했구나’ 하고 자책과 죄책감에 함몰된다. 우울감에 자살충동까지 겪는 이유다.


- 자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이의 학교는 물론, 직장, 결혼까지 부모가 정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립시키는 것이다. 자립을 못 시키면 아무리 노력해도 육아 실패다. 심지어 30대 후반이 돼서도 부모 반대로 결혼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부모의 자녀를 위한 희생은 세계 최고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모두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자녀에게 ‘난 참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는 신념 토대 쌓기를 우선해야 한다.


- 절대적 존재 가치를 강조했다. 어떻게 세워줄 수 있나.

▲20초 허그 요법을 제안한다. 20초 동안 허그하면서 사랑과 인정의 말을 하면 된다. “OO야, 너를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 “네가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해” 이러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세로토닌(행복 호르몬)과 옥시토신(사랑 호르몬)이 나온다. 그게 다다. 쉬운 육아라고 말한 이유다. 육아는 어려운 게 아니다. 양육은 밥 짓기와 같다. 다양한 맛(잠재력)을 지닌 쌀(아이들)을 밥솥에 넣고 물과 불을 잘 맞춰주면 된다. 중간에 열어볼 필요가 없다. 맛있는 밥이 될 거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 사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육아서에 피로감이 크다.

▲기존 육아서는 대개 이럴 때 이렇게 하세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세요, 라고 조언한다. 부모들은 백과사전 외우듯이 암기한다. 적용이 어렵고, 뭔가 육아의 짐을 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본질육아는 어렵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허그하고, 허그를 싫어하면 등을 쓰다듬어 주면 된다.


- 자식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얼마 전 엄마에게 내게 자식이 있었으면 잘 키웠을 것 같다고 했더니 엄마가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거다“라고 하시더라. 부모는 무한한 사랑을 주면 된다. 길은 찾는 건 아이 몫이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 주장하는 가르침의 본이 되는 분들이셨나.

▲어린 시절 매우 자유롭게 자랐다. 부모님이 새벽에 나가 저녁에 들오시는 탓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ADHD(주의력 결핍 장애)인 나는 사고도 참 많이 쳤다.(웃음) 그래도 엄마는 밤늦게 집에 들어오시면 저를 무척 예뻐해 주셨다. 집을 어질러도 밖에 나가 사고 안치고 집에서 놀아서 다행이라며 좋아하셨다. 어찌 보면 저도 그렇지만 엄마도 조금은 특이하셨다.(웃음)


- 부모들에게 ‘조련사가 아닌 조력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결국 길을 찾아 가는 건 아이 스스로의 몫이다. 부모가 해줄 건 무한한 사랑과 가치 교육이다. 어릴 적 배운 가치가 이후 사회의 가치가 된다. 가치교육이 없었기에 지금 사회 가치가 없는 거다. 가치, 정직, 성실, 기여 네 가지를 가르치고, 그에 따라 훈육해야 한다.


-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한국에 와서 본질육아를 얘기하나 ‘한국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너무 이상적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전보다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많아졌고 앞으로 더 많아질 거다. 미래에 살 아이들을 두고 부모가 과거와 현재 잣대로 가르치는 게 맞나? 한국 사정에 맞춰 기를 테니 그렇게 살아라, 라고 하는 건 가능성을 제한하는 거다. 주도적으로 살 때 세계는 아이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서믿음의 책담]지나영 “60초 허그의 힘…아이 스스로 길 찾게 도와주죠” 원본보기 아이콘

- 생각이 바뀌어야 문화가 바뀌고, 그래야 비로소 제도가 바뀐다고 했다. 먼저 행동하는 생각의 얼리어답터가 되라고 충고했는데.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답이다. 다 같이 본질육아를 하면 되지만 불안해서 못 한다. 옆집 엄마가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육아를 대세로 만들어 옆집 엄마를 불안하게 하면 상황은 역변하게 돼 있다. 16%의 본질육아 얼리어답터만 있으면 티핑포인트가 올 수 있다. 본질육아는 필연적이다. 저는 그 시기를 앞당기려 할 뿐이다. 책 한권으로 바뀔 나라가 아니다, 차라리 정치를 하라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법보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이 바뀌어야 문화가 바뀌고 그래야 사회가 바뀐다.


- 마지막으로 부모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본질육아는 자기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아이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다. 아이 삶을 대신 살지 않아도 된다. 본래 육아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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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지나영 교수

대구가톨릭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뇌영상연구소를 거쳐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레지던트와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찾아온 난치병 자율신경계 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에도 굴하지 않고, ADHD 성향의 장점을 살려 의사와 교수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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