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섭렵'의 의미를 깨닫는 세계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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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우리의 논점은 계획이 독재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독재는 강제력을 행사하고 이상을 집행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일 뿐만 아니라, 대규모 중앙 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독재가 본질적으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영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가 1944년 출간한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사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노예의 길은 최근 영국 집권 보수당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다시 조명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가 크게 감명을 받은 책으로 알려졌다. 대처가 시장을 중시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 책이다.

‘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눈’은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책의 끝부분에 참고문헌을 소개하는 분량이 거의 70쪽에 육박한다. 글쓴이는 기자 출신답게 많은 인물을 인용해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다.


일례로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대륙으로 바꾼 흑사병을 설명한 분량은 4쪽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7명이나 된다. ‘데카메론’의 조반니 보카치오, ‘인구론’의 토머스 맬서스처럼 익히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영국 사제 존 볼, 영국 시인 존 가워 등 익숙지 않은 인물들도 언급된다. 언급된 이들이 흑사병과 관련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으며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설명함으로써 글쓴이는 흑사병에 관한 ‘새로운 눈’을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많은 책을 널리 읽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경험한다’는 뜻을 지닌 ‘섭렵(涉獵)’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글쓴이는 이 책을 쓴 계기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고 밝힌다. 글쓴이는 IMF 협정 성명은 경제 항복 선언이었으며 당시 한국은 서구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도 그 냉혹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혼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다수 현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는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며 기존의 세계화 질서를 무너뜨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세계화가 선진국 이데올로기라는 글쓴이 설명에 절로 수긍이 간다.


글쓴이는 국제사회의 냉혹함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사를 탐구해야 한다며 책의 저술 이유를 밝힌다. '지리, 욕망, 이성, 힘, 문화, 제도'라는 여섯 가지 관점에서 동서양 경제와 역사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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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눈/김종국 지음/생각의창/800쪽/3만8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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