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벽에 "독재자는 물러가라"… 시진핑 3연임에 반대 목소리 내는 中 대학생들
中 대학생들 일부, 화장실 낙서 등 검열 피해 "독재 반대" 목소리
해외 유학생들도 포스터 공유·대사관 시위 참여로 '反시진핑' 연대
지난 10년간 심화된 검열·통제, '제로 코로나' 정책 반감 터진 듯
세계 곳곳의 대학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항의하는 포스터와 낙서가 발견되고 있다. 우측 사진의 숫자 '8964'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가리킨다./'Citizens Daily CN'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그의 장기 집권과 억압적인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재선출되며 장기 집권의 포석을 깔았다. 그러나 중국 현지와 해외에서는 당대회를 전후해 시 주석 연임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외신은 중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현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위가 퍼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CNN 등은 중국 대학생 사이에서 시 주석 체제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은 화장실 벽에 '반(反) 시진핑' 글귀를 적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등 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 유학생들은 대학 캠퍼스 내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자국 대사관 앞에서 체제를 규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반 시진핑 시위의 기폭제가 된 것은 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시 주석의 연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베이징 도심에 내걸리면서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베이징 쓰퉁차오에는 "독재자이자 국가의 반역자인 시진핑은 물러나라"며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현수막이 걸렸다. 외신과 누리꾼은 현수막을 게시하고 체포된 남성을 '브리지맨(Bridge Man)'이라고 부르고 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 당시 진압군의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선 '탱크맨(Tank Man)'과 같이, 브리지맨이 중국의 반체제 움직임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 셈이다.
CNN은 현재의 시위 흐름이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한 점에 주목했다. CNN은 "이전에도 중국 정부의 정책은 온라인상의 반발과 거리 시위를 촉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분노는 (정책을 집행한) 지역 정부에 집중됐고, 시 주석을 직접·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중국의 부동산 재벌 런즈창 화위안 그룹 회장이 시 주석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공산당에서 제명되고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사례 등에서 보듯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은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변호사이자 미국 시카고대 초빙교수인 텅 뱌오는 CNN에 "예전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체제에 반대해 산발적으로 시위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회고하며 "많은 학생이 (검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려고 나선다는 사실은 시 주석의 '후퇴한 10년'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 체제에서 강한 검열을 경험한 젊은 세대가 체제에 대한 비판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중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는 국가가 가장 번영한 시기에 자랐고, 당이 인터넷을 통해 효과적으로 사상을 주입해 정부 노선을 잘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들 중 일부가 광범위한 검열과 억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 계속 강화되는 사회 통제에 불만을 가지면서 조용한 정치적 각성을 경험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당국의 온·오프라인 검열을 피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동부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CNN에 "극심한 문화·정치적 검열이 이뤄지는 중국에서 정치적 자기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공중화장실 벽에) 낙서를 하면서 오래전 잃어버린 자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 남서부의 한 대학원생은 "나는 중국을 사랑하지만, 정부는 아니다. 나는 공산당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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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중국 유학생들은 SNS에 자국 내 시위 현장의 모습을 공유하며 결집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는 반 시진핑 시위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제보받아 공유하는 계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시위 소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계정(Citizens Daily CN, Northern Square)들에는 지난 23일까지 각각 2천여 개의 제보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계정에 "폭군과 독재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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