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번지자 허둥지둥 사과
공감·배려·화합·경청 능력 키워야

[시시비비] SPC, 여성 리더십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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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1일 계열사 SPL의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17일에 이어 두 번째 사과였다. SPC 경영진도 별도로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룹 회장까지 나서 두 번이나 머리를 숙였지만, 사과의 진정성이나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안전시설 확충과 설비 자동화 등에 1000억원 투자,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진단 시행, 안전경영위원회 구성, 직원 근무환경 개선…. 이거 사고가 날 때마다 레코드 반복해서 틀 듯 나오던 판에 박힌 처방 아닌가.

SPC 경영진은 그룹 전체 제품을 겨냥한 불매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자 부랴부랴 또 사과하고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대중이 왜 분노하는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모습이었다.


SPC 측은 이번 사고 일주일 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별다른 예방 조치 없이 그냥 넘어갔다. 사망 사고 다음날에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고인의 동료 노동자들을 사고 현장에서 그대로 일하게 했다. 심지어 고인의 빈소에 회사의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보냈다. 회사 측의 어처구니없는 해명에 ‘경조사 규정은 잘 지키면서 안전 규정은 왜 지키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빗발친 건 당연했다.

이런 어이없는 무심함은 SPC 경영진의 공감능력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공감은 경영자의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다. 오죽하면 최고경영자(ChiefExecutive Officer)를 최고공감책임자(Chief Empathy Officer)라고도 부를까.


거울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신경과학자 크리스티안 케이서스는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인간은 공유회로라는 기제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일어난 일은 자신의 두뇌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우리는 공감하도록, 즉 타인과 연결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SPC 경영진은 그렇지 않았던 걸까(크리스티안 케이서스는 공유회로의 활성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지와 문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했다면 이번 사망 사고나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3년여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악화일로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세계적인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큰 시기라 공감능력의 필요성과 가치가 더욱 높아졌는데 말이다.


공감능력은 대개 여성이 남성보다 강점을 보이는 리더십 요소다. 19일 막을 내린 아시아경제 주최 ‘2022 여성리더스포럼’의 세션 토론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커리어 성장과 나를 알아가기, 성숙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열린 커리어(성숙) 세션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예전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이제 ‘공감·배려·화합·경청의 리더십’으로 바뀌고 있다”며 여성들이 유리한 상황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남성이라고 공감능력이 여성보다 떨어지란 법은 없다. 평균적인 공감 수준이 그렇다는 얘기다. 수렵채집 사회 때부터 전쟁·사냥 등에 전념한 남성과 가사·양육 등을 전담한 여성의 역할 차이가 두뇌에 유전적으로 깊이 새겨진 영향일 수도 있다.


다만 남성 일색인 SPC 경영진은 눈앞의 이익만 앞세워 노동자의 고충과 안전에 대해 공감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SPC그룹의 계열사는 68개(SPC삼립만 상장사)다. 이들 회사에 여성 직원, 더 나아가 여성 최고경영자나 임원은 얼마나 있을까. 당장 공감능력을 키울 자신이 없다면 여성 (고위직) 비율이라도 늘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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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이슈탐사부 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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