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건강]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신체증상장애'
# 몇 달째 복통으로 고생 중인 A씨.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고 더부룩해 식사를 잘 못 하고 지끈거리는 두통으로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소화제와 두통약을 자주 먹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큰 이상이 없다고 하고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직장과 집에서는 병이 없다고 하는 A씨를 보고 자꾸 병가를 낸다고 의심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신체증상장애는 흔히 ‘신경성’ 혹은 ‘기능성’ 질환으로 불리며, 관절이나 근육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거나 소화불량, 복통, 식욕저하, 메스꺼움, 두통, 어지럼증 등의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이는 20~30대 중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며, 소아나 청소년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기능성 소화 장애, 심인성 어지럼증도 신체증상장애와 관련이 있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실제로 체중이 감소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지속된다. 이에 각종 검사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 이상이 없거나 경미한 문제라고 진단받고 때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기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항상 선행하는 것은 아니며, ‘실재’하는 신체적 고통이 나타나기에 답답한 마음에 여러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신체증상장애는 정신, 신체, 환경 요인 등 복합적인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데, 뇌에서 신체감각신호를 처리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왜곡된 고통을 느끼고 예민해지면서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치료를 위해선 ‘신체와 뇌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등으로 뇌가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여러 가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우리 몸의 심혈관계, 소화기계, 호흡기계, 내분비계 등 전신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뇌를 자극하는 스트레스와 불안, 신체 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음주나 흡연, 식이습관의 문제 요소를 줄여나가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질환과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증상 자체를 해소하기보다는 기능 및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아울러 정상적인 감각자극을 주는 규칙적인 운동으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뇌의 예민성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나 증상에 따라 소화기계 약물이나 진통제도 사용한다.
신체증상장애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환자 중 60~70%가 호전되는 질환이지만, 위 사례자처럼 진단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검사에서 이상이 없기에 꾀병으로 오인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자를 고립시키고 증상을 오래 경험하게 만들기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실재하는 고통을 질환으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이나 환경을 함께 개선해나가면서 지지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박혜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