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당국 수장 23일 비상 거금회의 열고 대책 발표
자금 경색 악화시 11월 통화정책 영향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경제수석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경제수석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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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더 얼어붙은 가운데 금융투자업계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금융투자업계의 어려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 위기와는 상황이 다른 데다 내달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금 경색이 더 심각해질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레고랜드 ABCP 미상환 사태로 불거진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은,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가능성= 이날 한은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미시 조치로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국채 외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이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현재 한은으로부터 대출할 때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제공하는데, 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은행채 등도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했다가 지난해 3월 한시적 조치를 종료했다. 이 총재는 오는 26일 시중 은행장들(은행연합회 이사진)과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인데, 은행들은 이 자리에서도 기업 등에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총재는 금융투자업계가 한은에 요청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가동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회장은 지난 18일 이 총재를 만나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은에 코로나19 사태 직후 시행했던 금융안정특별대출 재도입을 건의한 바 있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인 증권사와 보험사에 일반기업이 발행한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하는 것으로,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언제든 한은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새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2월 종료됐다.


이 총재는 "오늘 대책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다른 방안(금융안정특별대출)은 빠졌는데, 이번 방안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경제수석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안경을 바로쓰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경제수석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를 마친 후 안경을 바로쓰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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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특별대출·SPV 재가동에는 신중= 시장에서는 은행권이 한은에 바라는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의 경우 조만간 한은 금통위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금융안정특별대출이나 SPV 등의 재가동은 금리인상 기조에서 통화정책과 상충하는 측면이 많아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한은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융안정특별대출 재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과거 코로나19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도입했던 것이고 당시 한은법에 근거한 특별대출이었던 만큼 이를 활용하려면 금통위원들의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금융안정특별대출을 도입할 상황인 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판단"이라며 "코로나19 위기와 같이 금융위기 안정 상황이라면 당연히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고 또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한은 입장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고물가·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안정 조치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양적완화이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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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내달 금통위에서는 현 자금 경색 상황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면서 한국도 내달 금리인상이 불가피한데 자금 경색 상황이 향후 더 악화된다면 한은이 이달에 이어 세 번째 빅스텝을 밟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자금시장 안정 방안은 최근 ABCP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커진 것이고 특히 자금순환 관련 큰 문제는 있지 않다"면서 "기업어음(CP) 시장 중심으로 미시적인 것이라 거시 통화정책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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