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투자 안전경영" SPC, 대국민사과…불매운동 가라앉을까
허영인 SPC 회장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
"죽음으로 만들어진 빵" 온·오프라인 불매운동 확산
"무고한 가맹점 자영업자·가족 피해" 가맹점주 '전전긍긍'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이 21일 최근 발생한 계열사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SPC그룹 본사 건물에서 열린 SPL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분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의 이 같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수그러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PC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먹지도 사지도 말자는 불매운동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대학가 대자보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SPC 계열사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브랜드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이른바 'SPC 그룹 불매운동' 목록인 이 리스트는 '불매운동'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하고 있다.
불매운동은 지난 15일 경기 평택 소재의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계기로 시작했다. 이날 오전 6시20분쯤 해당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A씨(23)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후 SPC 측의 미흡한 사후 대처가 불매운동에 기폭제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SPC가 사고로 숨진 A씨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이 담긴 박스 2개를 놓고 간 것도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SPC 절대 사지도, 가지도 맙시다"라고 지적했다.
빵이 담긴 박스는 지난 16일 A씨의 유족이 빈소에서 발견했다. 이는 SPC 사측이 직원 경조사 지원품(답례품) 명목으로 두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SPC 관계자는 "직원이나 그 가족이 상을 당해 빈소가 차려지면 회사 방침에 따라 그동안 해오듯 경조사 지원품으로 제빵 회사니까 빵도 보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A씨 사고 이후에도 SPL 공장 직원들이 현장 바로 옆에서 일을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SPC는 사고 직후인 지난 16일 사고에 대한 언급 없이 파리바게뜨 런던 진출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관계자가 대자보를 펼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대학가 SPC 그룹 계열사 불매 운동 확산
온라인에서의 불매운동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SPC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대자보를 통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 'SPC 전 계열사 불매운동' 등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성공회대에서는 학내 한 게시판에 'SPC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학생들은 20대 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 SPC 계열사 제품을 더는 먹지 못할 것 같다며 비판했다. 학생들은 연대 대자보를 함께 부착할 것을 호소하는 제안서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대 내 SPC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매장은 물론 허 회장이 출연해 지어진 'SPC농생명과학연구동' 내 '허영인 세미나실 앞에도 SPC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소속 학생들이 붙인 것으로,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오직 이윤을 위해 비용 절감만을 추구해온 SPC 그룹의 '반사회적' 태도는 최소한의 안전 설비와 인력 충원마저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아오며 결국 청년 노동자의 생명까지 앗아갔다"고 규탄했다. 이어 "SPC 그룹이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SPC 그룹 불매에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대자보를 통한 비판뿐 아니라, SPC 계열사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는 서울 지하철 이대역 3번 출구 앞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이화인 피켓팅'을 계획 중이다. 현재 참여 의지를 밝힌 참가자는 총 12명으로, 해당 단체 소속 학생 외 일반 학생들도 동참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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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사고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가맹점주 불매운동에 전전긍긍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피 묻은 빵' 등 사고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 언어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잘못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언론 역할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무고한 가맹점 자영업자·그 가족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로 보도하고 불매를 조장하는 것은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며 "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경영방식을 고발해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유도하는 보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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