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달라진게 없는데, 확대 해석
성급하게 결론 내리면 역풍 맞을수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 대해 "한일 관계가 빠른 시일 내에 과거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서 기업과 국민 교류가 원활해지면 양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밝혔다.(10월7일)
#윤덕민 주일대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일 관계가 풀리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뉴욕 만남으로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10월9일)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공개적인 평가다. 한일 관계와 관련한 기시다 일본 총리의 우호적 발언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외교부 등 주요 외교 라인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자신감과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뉴욕에서 기시다 총리와 30분간 약식 회담을 가졌고, 이달 6일에는 일본 측의 요청으로 북한 미사일 도발 등을 주제로 2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뉴욕 방문 때 기시다 총리가 있는 건물까지 찾아가는 등 일본 입장을 배려한 것이 기시다 총리의 우호적 제스처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통화한 뒤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다양한 수준에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을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 3국 공조 기조 아래 한일 정부는 북핵 문제를 놓고 어느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조되면서 한일 당국 간 소통이 긴밀해졌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당국은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 ‘한국 사법체계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 절차를 제외하고 대위변제, 병존적 채무인수 등 방안으로 해법을 찾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리 정부만 과대 해석을 통해 기대감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뉴욕에서 가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양국의 표현이 서로 다른 점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는 ‘회담’이라고, 일본 측은 ‘간담’이라고 각각 표현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가 너무 앞서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달 내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관련 정부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일부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온 점도 있지만, 정부가 일정한 시한만 바라보고 조기에 매듭 지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일본 초계기 레이더 사건 등 모든 현안을 ‘그랜드 바겐’(포괄적 타결 방안) 방식으로 풀어가겠다고 밝혀 다른 중요 현안이 강제동원 문제 해법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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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정서와 민감한 한일 관계를 성급하게 처리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금은 한일 관계 ‘해결’에만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조급함을 내려놓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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