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명분 획득하려는 혼합 외교전략"
中-대만 탄소배출량 문제에도 영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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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다음달 7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를 앞두고 각국에서 탄소배출량을 서로 축소 보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산불 등 자연재해로 배출량이 대량 발생했다며 예외를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세계에서 특이하게도 러시아만은 자국이 배출하지 않은 탄소까지 자신들이 배출한 것이라 주장하며 배출량을 오히려 늘려서 보고했습니다.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로인해 환경문제에서도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탄소배출량을 늘려서 보고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크라 점령지 내 탄소, 배출 영유권 주장…우크라이나와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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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OP27 총회를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배출량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주민투표를 명분으로 강제 편입한 헤르손과 자포리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의 탄소배출량을 자국의 배출량에 합쳐 보고했는데요. 우크라이나가 여기에 반발해 해당 지역의 배출량은 자국 것이라 주장하면서 서로 탄소배출량을 놓고 영유권을 주장하게 된 것이죠.


인접국끼리 서로 탄소배출 문제를 두고 자국에서 배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접국들끼리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자국 배출량을 축소하려고 하는데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죠.

더구나 이번 COP27 총회에서는 기후변화를 많이 유발시킨, 즉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게 보상금을 주는 보상기금 창설 문제가 주된 논의가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자국 영토가 아닌 우크라이나 점령지들에 대한 탄소배출을 자국 책임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탄소배출량 책임보다 영유권 확보가 급해…"러, 혼합 외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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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이런 주장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영유권을 어떻게든 강화시켜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우크라이나의 기후변화회의 대표로 활동해 온 알렉스 리아브친 전 우크라이나 에너지 차관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기후문제가 아니라 우리 영토에만 관심이 있으며 불법 병합의 합법화를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유엔 국제회의에서 점령영토가 자국 땅으로 인정받기 위한 러시아의 혼합 외교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탄소배출을 자국의 배출량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2016년 유엔에 탄소배출량을 보고할 때도 크림반도 것을 자국 배출량에 넣어 함께 보고했죠. 이후 크림반도 지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이 중복해서 보고해왔습니다.


사실 배출량 데이터는 정치, 외교적 문제를 최대한 배제한 환경문제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모두 이를 정치적 문제로 끌고 오면서 유엔에서도 양국간 타협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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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탄소배출량 문제가 다른 분쟁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대만인데요. 대만은 현재 중국 정부가 주장 중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기후변화 협약상 대표로 나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막상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대만의 배출량은 늘 제외한 배출량을 신고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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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탄소배출량이 단순히 관세문제나 기후변화 피해국에 대한 보상차원을 넘어 각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쓰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리처드 고완 국제위기감시기구(ICG) 유엔전문가는 "많은 분쟁지역에서 유엔이 그곳을 어느나라 영토로 간주하느냐의 여부는 실효지배권과 상관없이 해당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다"며 "앞으로 유엔에서 다루는 탄소문제는 합병과 국가 병탄과 관련한 일종의 보증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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