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범행수단 중심 예방적 수사 효과
신종 수법 계속 등장… 항상 경계 필요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이 31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피해금액이 286억원이던 2018년 6월 이후 4년 3개월만 최저치라고 한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예방적 수사' 효과라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예방적 수사는 번호 변작 중계기·대포폰 등 전화금융사기에 활용되는 8가지 범행수단을 차단하는 수사활동이다. 경찰은 작년 2월 경찰청 내 '전기통신금융사기 수사상황실'을 설치한 뒤 전국 사건을 모두 취합·분석해 범행단계별 대응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대 필수 범행수단을 선정해 집중단속을 벌였고, 범행 시도 자체가 조기에 차단되면서 피해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개집 내 중계기를 숨긴 사례. 평소에 살펴보지 않는 곳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전원 공급을 위해 배터리 등과 연결했다. /경찰청 제공

개집 내 중계기를 숨긴 사례. 평소에 살펴보지 않는 곳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전원 공급을 위해 배터리 등과 연결했다.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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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핵심 수단 '번호 변작 중계기' 철거에 총력

경찰은 8대 범행수단 단속 가운데 번호 변작 중계기 철거가 특히 피해 감소에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번호 변작 중계기는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변작하는 기기를 일컫는다. 사용 자체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되는 불법이다. 범죄조직은 피해자들이 국제전화나 070 번호는 꺼리지만, 010 번호는 일단 전화를 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중계기를 사용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중계기는 '문자 금융 사기'에서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우선 해외에서 발신한 문자메시지를 중계기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를 거쳐 010 문자메시지로 둔갑시킨다. 이후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무차별 살포해 답장하는 사람에게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사진을 요구하고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획득한 개인·신용정보로 구글 선물용 카드·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원격제어 앱을 통해 직접 계좌 이체를 하는 범행을 한다"며 "가장 대표적 사례가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 깨졌어'라는 문자메시지다"라고 했다.

경찰은 이같이 중계기가 피싱 범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전격적으로 중계기 단속을 시작했다. 올해도 전담 단속팀을 중심으로 전국에 설치된 중계기들을 철거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특별단속에서도 중계기 총 9679대를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과정에서는 가정주부들이 기계관리만 해주면 된다는 말에 현혹돼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2차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단속에는 15개 시도경찰청에서 172명이 투입된 상태다.


사람이 중계기를 들고 지하철을 탑승한 사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중계기를 들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지하철 내 탑승하는 방법이다. /경찰청 제공

사람이 중계기를 들고 지하철을 탑승한 사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중계기를 들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지하철 내 탑승하는 방법이다.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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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수법 진화…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경찰은 범죄조직이 단속을 피하고자 범행 수법을 다양한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작년까지만 해도 원룸이나 모텔 등에 심박스(Sim-box)를 설치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단속이 심해지자 휴대전화 다수를 중계기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도 USB 포트 형식 중계기나 태양광 패널·무선 라우터·이동형 대형 배터리를 연결하는 등의 새로운 형태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처럼 통신기술 허점을 파고드는 등 여러 방법으로 범행이 진화되는 점을 미뤄볼 때 중계기 공급·유통조직에 통신기술 분야 전문가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계기를 은닉하는 장소나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산속 중턱이나 폐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연결해 설치하거나 배터리를 연결해 고가 밑 땅속에 파묻기도 한다. 또 건설현장 배전 설비함이나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에 은닉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엔 아예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중계기와 배터리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 휴대전화 다수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속칭 '인간 중계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중계기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되며 월 평균 4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계기 은닉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철거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비유를 하자면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환경"이라고 했다. 경찰은 그럼에도 샅샅이 찾아 수색하고 추적해서 중계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계기 철거와 동시에 통화 상대방에게 전화금융사기 피해 위험을 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전화번호와 단말기, 카카오톡 아이디 등 범행에 이용된 모든 범행수단이 다시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짓 상품결제 미끼문자와 위조 금융위원회 공문서 /경찰청 제공

거짓 상품결제 미끼문자와 위조 금융위원회 공문서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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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사투리는 옛말"… 피해 예방 5가지 당부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내용도 소개했다.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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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작위로 발송된 '대출·정부지원금' 문자메시지는 99% 미끼문자 이므로 절대 누르지도, 전화하지도 말아야 한다.

2. 검사·검찰수사관·금융감독원이나 은행직원 등 누구를 막론하고, 카카오톡으로 '대출신청서'·'보안 프로그램' 등 어떠한 명목으로 링크를 보낸다면 이는 ‘악성 앱’이므로 절대 누르지 말아야 한다.

3. 악성 앱이 깔린 휴대전화는 관리 권한이 통째로 넘어가 일명 '강수강발' 즉, 감염된 전화로 거는 모든 전화가 범인들에게 연결된다. 만약 악성 앱이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나 일반전화로 확인 전화해야 한다.

4.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은 영장 등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 특히, 수사를 포함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모든 절차는 서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전화를 받았다면 "서면으로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어라.

5. 국가기관·금융기관 어디든지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니 전화를 끊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전화금융사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아예 없고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등 최첨단 통신기술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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