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업무방해·공동주거침입 혐의 유죄 인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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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노조원들의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대표가 방문한 매장을 찾아가 시위를 벌인 홈플러스 노조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든 혐의 유죄를 인정, 4명의 조합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와 관련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봐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죄와 관련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7명은 2020년 5월 28일 오전 회사 대표가 현장순회 일정으로 홈플러스 강서점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매장을 찾아가 매장 안에서 '부당해고'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강제전배 멈춰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고 고성을 지르는 방법으로 약 30분간 시위를 벌였다.


또 이들은 식품매장에서 점검 업무를 하던 직원들을 약 1~2m 간격을 두고 뒤따라 다니면서 그 주변에 피켓을 들고 서있거나 "강제전배 멈추세요",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합원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시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 역시 위력의 행사라고 봤다. 또 기습 시위를 목적으로 해당 매장 점장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매장에 들어간 만큼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건조물에 침입했을 때 성립하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죄도 성립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두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4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는 벌금 150만을 선고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한다"며 "다수의 피고인들이 근무시간 중에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매장 내에서 피켓을 들고 피해자 등을 계속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적어도 피해자가 수행하던 현장점검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이고 일부 피고인들의 경우 평소 그곳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갔고, 피고인들의 행위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해하여진 이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매장 내에서 선전전을 하기 위해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주거의 평온이 침해당하지도 않았으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먼저 공동주거침입 혐의와 관련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돼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그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들어간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은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이며 피고인들은 영업시간에 손님들이 이용하는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해 2층 매장에 들어가면서 보안요원 등에게 제지를 받거나 보안요원이 자리를 비운 때를 노려 몰래 들어가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돼 개방된 매장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플러스 강서점 관리자의 명시적 출입 금지 의사는 확인되지 않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에 들어간 행위가 그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라며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1·2심이 유죄로 인정한 업무방해죄 역시 핵심 구성요건인 '위력의 행사'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7명이 전부인데, 그중 4명은 여성, 3명의 남성 중 1명은 50대였던 반면 당시 매장 현장점검에 참여한 인원은 피해자 등 약 20명 이상이었던 점 ▲피고인들이 식품매장에서 점검업무를 하던 피해자 등을 뒤따라 다니며 약 1~2m 이상의 거리를 둔 채 그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거나 구호를 외쳤지만 피해자 등은 약 30분간 현장점검 업무를 계속한 점 ▲피고인 한 명이 현장을 촬영했지만 이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나머지 피고인들의 활동을 촬영한 것이지 피해자 등의 모습을 촬영하려 한 것이 아니었던 점 등을 들었다.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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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피고인들이 해당 매장에서 시위를 한 목적은 인사정책 결정권과 인사 재량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에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등에 대해 항의하거나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의 철회를 요청하려 한 것이지 홈플러스 강서점 지점장의 강서점 관리업무를 막거나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던 점과 대표이사의 현장점검 일정에 맞춰 강서점 외 다른 매장에서도 비슷한 노조원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고소 등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점 등도 참작이 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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