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위협에도 中 '유일한 경쟁자' 지목…투자도 안보 전략으로 강조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자국에 도전하려는 의도와 역량을 갖춘 유일한 국가로 재확인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한편 유럽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위협을 제약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10년을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라고 표현한 미국은 "효율적인 경쟁을 통해 중국을 경쟁에서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주력해온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언급, 미국 내 투자 지원도 경쟁력 확보를 통한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48쪽 분량의 국가 안보 전략(NSS)을 공개했다. NSS는 미국의 대외전략 방침을 천명한 문서로, 백악관은 1980년대 이후 정기적으로 수립, 공표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가 NSS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NSS 중간지침을 발표한 바이든 정부는 당초 지난 1월 이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전략 수정으로 발표 시점이 늦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전략 발표까지 300일 정도 걸린 것에 반해 바이든 행정부는 600일 이상 걸렸다.
미국은 이번 문서에서 ▲중국 등 강대국과 미래를 형성하기 위한 대결과 ▲기후변화, 전염병, 식량 안보, 테러, 에너지 부족, 인플레이션 등 전 세계적인 공통 위협 등을 2가지를 당면한 전략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 "중국 상대로 경쟁우위 유지하며 러 제약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미국은 강대국과의 경쟁과 관련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번영의 안전한 세계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직면한 가장 급박한 도전은 수정주의적 외교정책을 표방하는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를 가진 국가"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국가로 언급된 곳이 중국과 러시아다.
이번 문서에서 미국은 대외전략의 우선순위로 중국과의 경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약을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협력을 확대해나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야기하는 문제는 구별된다"면서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한 경쟁우위를 확실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심각하게 위험한 러시아를 제약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은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늘날 국제질서의 기본법을 무자비하게 위반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시스템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중국과 같은 능력은 결여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지난해 12월 중간지침 초안이 작성될 당시보다는 러시아군에 대해 덜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경쟁자(only competitor)'"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월 대중 전략을 발표 당시 중국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내놓은 적 있는데 이번에 안보 전략에도 명기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은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라면서 "주로 인도·태평양 지역이 영향을 받겠지만,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은 상당히 국제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對)중국 전략으로 '투자, 제휴, 경쟁' 등 기존 3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 정부는 "이 지역에서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에 대한 침공을 차단하기 위해 전쟁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군을 만들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투자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자 이슈 언급한 바이든…"안보 위해 경쟁력 유지해야"
바이든 정부는 이번 안보 전략에서 미국 내 투자 이슈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경쟁자를 능가하고 공통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은 핵심적인 국내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세계에서 성공하는 미래는 자국 내에서 우리의 강점과 회복력에 달려있다. 특히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중산층의 힘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 전략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표적인 이행 방안으로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언급됐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지원법 투자에 대해 "국가 안보와 경쟁력에 반도체 공급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재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IRA에 대해선 "국내 에너지 생산과 제조에 투자할 것이며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40%를 줄일 것"이라면서 "기후 위기 대처, 에너지 안보 강화, 청정에너지 전환 촉진 등은 우리의 산업 전략, 경제 성장,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투자가 미국을 선두로 유지하게 할 것이며 경제 능력을 증진하고 향후 10년간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수조 달러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속해온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 기조에 국가 안보 전략 차원의 의미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강점에 대한 투자' 파트를 이번 문서에서 중국과의 경쟁, 러시아에 대한 제약 항목보다 먼저 언급할 정도로 의미를 뒀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NSS 발표 당일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산업·혁신 기반에 있어 자국 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투자를 만들기 위해 외교 정책과 국내 정치를 구분 짓는 선을 무너트렸다"고 설명했다.
◆ '소규모 독재국가' 北, 3번 언급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란과 함께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규모(smaller) 독재국가로 거론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해 나가는 한편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확장 억제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보 전략에서 북한(North Korea·DPRK) 표현이 등장한 것은 3번뿐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에서 2017년 NSS를 발표했을 당시 북한이란 표현이 17차례나 등장하고 표현 강도가 더 강했다.
미국은 또 지역별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개방되고 상호연결된 번영의 안전한 지역으로 만드는 데 미국의 핵심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등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계속 동맹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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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또 유럽과의 관계 강화도 강조했으며 서로 맞물려 있는 유럽과 아태 지역 동맹 및 파트너 간 기술, 무역, 안보 문제에 대한 연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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