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조선, 나라 지킬 힘 없었다… 구한말 같은 상황 안 일어나"
野 "친일 역사 인식, 평화헌법 개정까지 동의하려 하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게시물(일부) 갈무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게시물(일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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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 '친일 국방'이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위원장은 조선의 약한 국력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에서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정 위원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3국이 동해상에 합동 군사 훈련을 한 것에 대해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행위"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며 이번 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비난하고,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에 맞서 정 위원장은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구한말의 사정은 그러했다"며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본군 주둔'을 언급하기 위해 구한말을 예로 든 이 대표의 주장이 잘못됐으며, 이번 훈련은 조선과 달리 군사 강국인 대한민국이 안보를 위해 내린 중요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일제의 책임을 부인하는 왜곡된 역사 인식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인식이며 집권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며 "이러다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찬동하는 것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일갈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일제가 조선을 침략할 당시 명분 삼았던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언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냐"고 지적하며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맹폭을 가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라"며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정 위원장은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 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학살과 침탈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 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선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나를 친일·식민 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며 논평의 본질은 북한 핵 위협 대응의 중대성에 있다고 맞섰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 위원장이 발언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침략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관계에 어긋나고, 한국 병합의 가장 큰 원인이 조선과 대한제국 내부에 있다는 주장이 국민 다수에게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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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교수는 "식민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매우 많고 대한제국이 약소국이었던 점이나 정부 내부의 문제를 원인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약소국을 실제로 점령한 일본의 침략주의, 제국주의 팽창정책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계에서 여러 주장이 나올 수는 있지만, 학계 다수의 의견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한 책임감 있는 발언이 요구된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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