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뒤 보좌진은 추운계절?…'11월 실직의 달(?)說' 사실은
정치권, 11월 국감 이후 보좌진 대량실직 속설
사무처 자료 검증 결과 11월 사직건수 특별히 늘지 않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을 맞았다. 국감 기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 보좌진이 산더미 같은 자료와 싸우며, 밤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료에 파묻히고, 피감기관과 싸우며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10월 한 달 국감을 전쟁처럼 보낸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에 열을 올리는 것은 1년에 한 번 국회가 국정운영 전반을 살펴본다는 소명의식도 있겠지만, 국감 실적이 곧 의원들의 평가로 이어지는 정치구조도 일정부분 역할을 한다. 크게 한방 하면 좋지만 적어도 일정 성적 이상을 거둬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필사적으로 국감을 치르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는 11월이 대량해고의 계절이라는 속설이 있다. 국회의원의 국감 성과에 따라 의원들이 처분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면직할 수 있다. 국감에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보좌진들의 경우 의원의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실직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회 홈페이지 내 의원실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10월에는 17건인데 반해 11월에는 34건이 공고가 올라왔다. 수치로만 보면 국감 뒤에 채용 절차가 더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회 채용 절차는 채용공고 외에도 추천 등 다양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직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경제가 국회사무처의 도움을 받아 20년간 보좌진들의 월간 사직 건수를 분석한 결과 국감이 끝나는 국감이 끝난 뒤인 11월 퇴직 건수는 세간의 예상과 달랐다.
20년(2002년~2021년)간 월평균을 낸 결과 11월에 퇴직 건수는 평균 56건이었다. 이는 지난 20년간 월평균 사직 건수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사직 건수는 새해가 시작되는 연초에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1월에는 92건, 2월에는 80건, 3월에는 93건이 그렇다.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나 국회의원의 담당 상임위가 바뀌는 시점에 오히려 사직 건수가 더 많은 것이다.
매년 평균 사직 건수에 비춰, 11월 사직 건수가 많았던 때는 2007년 11월과 2015년 11월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경향성만을 놓고 본다면 국감 뒤에 곧바로 대규모 물갈이는 없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1월 국감으로 의원실에서 짐을 싸게 되는 보좌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1년 내내 언제든 짐을 쌀 수 있기에 11월 한 달 사퇴 건수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국회의원 보좌진의 사직이 가장 많이 있는 해는 11월이 아닌 5월이다. 5월 평균 사직 건수는 559명이다. 사실 이는 통계적 착시가 작용한 결과다. 4년 주기로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만료됨과 동시에 모든 보좌진이 자동으로 면직되기 때문에 이처럼 큰 폭의 사직 건수가 확인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5월 통계는 임기 종료를 제외한 나머지 3년을 기준으로 평균치를 구했는데, 이 경우에도 5월은 월평균 99건으로 가장 사직 건수가 많은 달이다. 이유는 2년 주기로 소관 상임위원회가 바뀔 때, 보좌진이 대거 교체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상임위가 바뀐 의원의 경우 기존 인원을 내보내고 이른바 새로 맡게 되는 상임위의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이 치러진 직후에는 보좌진 사직 건수가 늘어나는 특징이 확인됐다. 보좌진이 직접 후보로 뛰거나 새로 출범하는 정부(또는 지방정부)로 자리를 옮겨갈 때마다 사직 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사직 건수가 늘어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이유는 고용 안정성이 악화됐다기 보다는 국회 보좌진의 인력 현황과 연동된 측면이 강하다. 실제 16대~18대 국회만 해도 국회의원 보좌진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급 비서관 1명, 7급 비서, 9급 비서 등 6명이었다. 18대~20대(2017년 말) 들어서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비서관 1명, 7급 비서, 9급 비서 등 7명으로 늘었다. 이후 현재에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비서관 1명, 7급 비서, 8급 비서, 9급 비서 등 8명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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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2021년 한 해에 보좌진 사직 건수는 1237건에 달한다. 300명의 의원실마다 보좌진을 8명 정원을 다 채웠을 경우를 고려하면 2400명. 이 가운데 절반가량의 인원이 관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확인해보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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