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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대통령 곁에 쓴소리 하는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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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대통령 곁에 쓴소리 하는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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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는 ‘이카로스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너무 높거나 낮게 날아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아래까지 날아갔다가 결국 바다에 떨어진 그 이카로스다. 이건 그냥 말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이다. 행동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힘을 갖게 되면 누구도 내게 저항할 수 없고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말한다. 마치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된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자만심이 싹튼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뭔가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자기 최면도 낯설지 않다.


그래서 예부터 성공한 권력자의 한 요소는 자만심에 대한 경계였다. 세종대왕이 양녕대군을 도왔던 황희를 정승으로 발탁한 것이나 당나라 태종이 자신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위징을 등용한 사례가 상징적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인 데이비드 거겐을 대통령 고문으로 임명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권력자가 자신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을 옆에 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설계하고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 것이나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인재 제일’을 부르짖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지금 윤석열 대통령 곁엔 쓴소리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말도 많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이 말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 고집은 황소고집이다. 가끔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필자에게 이런 얘기를 전한 건 지난 대선 때 그와 가까이 있었던, 대놓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사석에서는 현 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은 인사들이다. 대통령은 왜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김건희 여사를 빼고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지를 곱씹어보아야 한다. 이 말속에는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함께 “대통령이 김 여사의 말만 듣는다”는 맥락이 함께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정치적 ‘매개중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층과 중도·무당층을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매개중심성이 큰 인물들을 찾아 등용해야 한다. ‘쓴소리’와 ‘매개중심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는 권력 내부의 긴장감을 높이고 지지율 정체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새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야당과의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현 상황을 볼 때 이런 변화가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여야는 ‘적대적 공생’을 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힘이 분산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체로 변화는 느리다. 그래서 힘은 타협이다.”라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변화 없이 지금대로라면 정권이 힘 있는 추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체 세력의 불확실성, 정책 노선의 불명확성에 더해 메시지 대응력 등에서 보듯 권력 운용의 기술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윤 대통령 편이 아니다.



소종섭 편집국장 겸 정치사회부문 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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