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쌍용차 일단 해결…산은, 남은 구조조정 과제는
아시아나·HMM·KDB생명 등 남은 과제 "적기에 속도 내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쌍용자동차를 KG그룹에 넘기면서 해묵은 과제들이 하나둘씩 해결되고 있다. 아직 아시아나항공, HMM(옛 현대상선), KDB생명(옛 금호생명) 등 굵직한 매물이 산적한 가운데 산은이 정권 초 동력을 바탕으로 '속전속결'식 매각에 나설지 주목된다.
20년 묵은 '앓던 이' 드디어 해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6일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의 경쟁입찰에서 한화그룹이 최종 투자자로 결정되면 대우조선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래 21년 만에 산은의 품을 떠나게 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 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며 "(채권단으로서도) 채권 회수 가능성이 커져 채권단의 손실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노동조합의 반발이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시도 당시에도 물리적으로 실사를 막아서는 등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특혜 매각"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매각 진행 내용을 지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앓던 이'였던 쌍용차 문제도 일단 해소됐다. 쌍용차는 지난 1999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2004년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지만 이른바 '먹튀' 논란을 빚으며 재차 법정관리에 빠졌고, 지난 2011년 다시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지만 지난 2020년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골칫덩이가 됐다. 매각전 또한 순탄치 않았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SM그룹이 이탈하면서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기업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역량이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고 이는 인수합병 계약 해제로 현실화 됐다.
하지만 2차 매각전을 통해 KG그룹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쌍용차 문제도 일단락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G그룹 산하 KG모빌리티는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따라 지난 21일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309만8000주를 취득해 지분율 61.86%의 최대주주가 된 상태며, 향후 공익채권 변제 등을 위한 추가 유상증자를 거쳐 지분율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아시아나·HMM·KDB생명 남은 과제 속도내나
대우조선·쌍용차란 대형 숙제를 끝낸 산은이 당면한 우선과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다. 딜(deal)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가까웠지만 아직 기업결합 필수 승인국가 중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4개국, 임의신고국 중에선 영국 1개국의 심사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토록 하는 '빅 딜(Big deal)'안이 EU 경쟁당국의 불승인 결정으로 무산되면서 일각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례도 이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냔 우려는 남아있다. 일례로 스페인의 최대 항공그룹인 IAG는 3위권 항공사 에어 에우로파를 인수키로 했다가 EU 경쟁당국의 반대로 좌절을 겪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는 정무적인 판단이 곁들여질 수 있단 우려도 크다.
다만 항공업계선 낙관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요 선사들이 EU에 집중된 조선업과는 상황이 다르단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6월 플라이트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EU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받는 것이 올해 말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심사과정이)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연말까지 모든 것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낙관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주목 받고 있는 매물은 HMM이다. 정부의 해운재건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물류대란이 맞물리면서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7조3775억원, 올해 상반기 6조856억원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런 HMM의 지분 20.69%, 19.95%를 나눠들고 있다.
산은도 매각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도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정관 40조4항에 따르면 '투자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해당 주식을 거래방식을 고려한 시장가격으로 신속히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투자목적이 달성된 경우와 시장가격에 대하여는 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돼 있다"면서 "(HMM이) 이제 정상기업이 된 만큼 정부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선 HMM을 인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옛 현대그룹 시절로 보면 원 주인인데다 자금력, 현대글로비스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단 점, SM그룹은 HMM 보유지분을 늘리고 있는 상태며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을 보유 중이어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 있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도 최근 물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10조원대로 추산되는 막대한 매각 가격이다. 산은과 해진공 등 공공기관 지분에 더해 양 기관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전체 지분의 70%를 상회할 뿐더러, 시가총액(9조원) 등을 고려하면 최소 수 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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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산은 산하로 편입된 KDB생명 역시 10여년 동안 민간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은 매물 중 하나다. 지난해 인수에 나선 JC파트너스가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했으나, 이 회사가 위탁운용하던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며 무위에 돌아갔고 결국 계약은 파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HMM도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고, KDB생명도 실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처럼 애물단지로 만들지 않으려면, 충분한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하려면 적기에, 속도감 있게 (매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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