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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제한적" 24년 만에 환율 개입한 日에 회의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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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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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의 역사적인 개입이 엔화 가치 하락 압박을 막아내진 못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23일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해 24년 만에 엔화를 매입,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미국 등 주요국부터 신흥국까지 세계 곳곳에서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대규모 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하면서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6개월 새 달러당 115엔→145엔…왜 개입했나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배경을 먼저 살펴보자면, 일본 엔화 환율이 지난 3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15엔대였던 달러당 엔화 환율은 23일 145엔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월부터 긴축에 돌입, 대규모 금리 인상을 잇따라 단행하면서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과의 금리차가 벌어졌고 달러 강세, 엔화 약세를 강화했다. 그 새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넘어서서 111대로 올라섰다.

그동안 외환 당국은 급격한 엔저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해왔다. 침묵했던 일본 재무성과 BOJ 등 외환 당국이 직접 나선 시점은 23일 오후다. 같은 날 오후 12시경 BOJ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기존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힌 뒤 엔화 환율이 1달러당 145엔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외환 당국은 최근 투기 세력 등이 들어왔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에 '환율 체크'까지 해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후 외환 당국이 직접 나섰고, 환율은 1달러당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를 두고 한 외신은 '역(逆)통화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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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정부로서는 (외환의) 과도한 변동을 우려하고 있다.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계속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며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놓칠 수 없다.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입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시장에서는 대내외 금리차에 주목하고 있지만 여러 요인이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방적인 움직임이며 투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기업의 사업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등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여 일본 경제에는 마이너스"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엔저 현상이) 글로벌 기업의 수익은 끌어올리지만 비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마이너스 영향이 커진다. 가계도 실질소득 감소 등을 통해 개인소비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면서 "엔화 약세로 수익이 개선된 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시장은 왜 개입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나

이번 개입에도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BOJ는 같은 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는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구로다 총재는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큰 부작용이나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번 엔화 매입은 이러한 BOJ의 금융완화 정책과 모순된다는 점에 시장 전문가들은 방점을 찍고 있다. BOJ가 지난 22일 예정에 없던 국채를 매입하면서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엔화 약세 압력을 지속적으로 줬다.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엔화 매입은 재무성이 주도하는데 기존 BOJ의 입장과는 충돌, 모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정부가 엔화 매입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외환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달러와 미 국채를 활용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 매입은 외환준비금(약 185조엔) 내에서만 가능해 개입에 한도가 있다"면서 "BOJ의 국채 매입을 통한 엔화 약세 압력이 정부의 앤화 매입에 따른 엔화 강세보다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외환준비금도 다 사용할 순 없어 엔화 매입으로 통화 가치 하락 압박을 계속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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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4년 전인 1998년 4월과 6월 엔화 매입을 실시했지만 엔저 현상은 이후 8월까지 지속됐다. 4월에만 2조8000억엔을 투입해 대응했음에도 넉달 넘게 엔저 현상은 지속됐던 것이다. 8월에 엔화 가치 하락을 멈추게 한 것은 정부의 개입이 아닌 러시아 재정위기와 헤지펀드 붕괴 등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언급을 했지만 이러한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여기서 언급한 투기 세력은 엔화를 바탕으로 다른 자산에 투자해 엔화 가치 하락을 야기하는데, 이들은 현재 세계 펀더멘털에 따라 엔화를 매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금리차 확대나 무역적자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엔화 약세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았다면 투기 세력이 그 모순을 파고들기 쉬워진다"고 했다.


미 데이터 분석업체 엑스안티 데이터의 옌스 노드빅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일본 정부와 BOJ가 달러당 145엔에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시는 140~145엔에 머물 수 있겠지만 Fed의 긴축과 경제 성장세 약화가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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