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건전성 저하 우려…카드·캐피탈·저축銀 실적 빨간불"
한국신용평가 '가계부채, 양호한 건전성 지표에 숨은 부실 현실화 우려' 보고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던 국내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저하될 조짐을 보이면서 카드사·캐피탈사·상호저축은행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가계부채, 양호한 건전성 지표에 숨은 부실 현실화 우려'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은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업종에서는 대손부담으로 인한 손익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상반기 기준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비중은 0.43%로 전년 말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잔액 또한 3조7000여억원으로 2.6% 증가했다.
업권별론 은행(631억원), 캐피탈(540억원), 저축은행(264억원) 등의 잔액이 증가했으며, 카드사는 485억원 가량 줄었다. 카드사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수요가 줄어들고 업권 간 대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했던 점이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평은 "가계대출 자산건전성 저하가 일부 업권에 한정해 나타났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폭 또한 크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를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최근 1년간 나타난 금리 환경 변화와 향후 경기?금리 전망 등에 비춰볼 때, 장기간 견조하게 유지됐던 가계대출의 건전성 지표가 변곡점을 맞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부실 증가의 원인으론 급격한 금리 인상이 꼽힌다. 지난해 7월 0.5% 수준이었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년 새 2.5%로 5배 수준이 됐고,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 금리도 전년 대비 1.2%포인트 오른 4.1%에 육박했다. 이같은 금리상승 속도는 1998년 외환위기(4.3%포인트 상승) 때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것이다.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율을 의미하는 '금리 인상률' 관점에선 최근이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신평에 따르면 금리 인상률은 올해 2분기 기준 42%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35%) 보다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경기 악화 시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은 업권으론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이 지목됐다. 은행업과 보험업의 경우 각기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 7%로 다른 업권에 비해 큰 편이나 각기 우량 차주 비중이 높다는 점, 절반 이상이 무위험 보험약관대출에 해당해 건전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이 대출금리 3.0%포인트 상승 ▲공적이전소득 감소(2019년 수준) ▲금융자산 가격 하락(펀드 보유분 30% 감소) ▲물가상승률 6.5% 등의 조건으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진행한 결과, 요주의이하여신(1~3개월 연체) 비중은 저축은행 10.3%, 캐피탈 7.8%, 카드사 7.3%으로 각기 2분기 말 대비 3.8%포인트, 2.2%포인트, 2.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순이익 감소폭도 카드사 4232억원(-16%), 저축은행 2138억원(-11%), 캐피탈사 906억원(-3%) 등으로 추정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특히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요주의이하여신 10%, 고정이하여신 20%으로 카드사(요주의 50%, 고정 65%) 대비 크게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부실 현실화에 따라 대손부담이 급격히 늘 가능성이 있다고 한신평 측은 분석했다. 한신평은 "금리 상승 속도가 유례없이 빠른 점,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인해 이연된 부실이 잠재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부실여신 증가 속도는 과거 대비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