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복된 '스토킹 살인'...'유명무실' 스토킹처벌법 도마 위로
'신당역 역무원 살해', 스토킹 재판 선고 전날 벌어져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관련 신고 늘었지만 '피해자 보호조치 부족' 지적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벌어진 '여성 역무원 살해사건'의 가해 남성이 과거에도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재판에 넘겨졌으며, 선고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찬, 김태현 등 스토킹이 지속되다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살인 범죄로 이어진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처벌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16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밤 9시께 신당역에서 1시간10여분을 기다린 전모씨(31)가 화장실을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 A씨를 흉기로 휘둘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과정에서 전씨는 범행을 계획한 지 오래됐다고 진술했으며, A씨의 화장실 콜폰으로 동료 직원과 시민 등에게 현장에서 제압된 전씨는 경찰에 넘겨졌다.
전씨는 과거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다가 직위해제 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A씨에게 스토킹과 불법촬영물 활용 협박 등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스토킹 후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살인 범죄까지 이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36) 역시 과거 스토킹을 이어왔다. 경찰은 전 여자친구의 스토킹 신고 등에 앙심을 품은 김병찬이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판단,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김병찬에게 징역 35년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5년 명령을 선고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세 모녀 살인 사건'의 가해자 김태현(25)의 범죄도 스토킹에서 시작됐다. 김태현은 같은 해 3월 세 모녀 중 큰딸에게 교제 요구 등 반복적으로 스토킹하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 노원구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피해자를 포함 일가족 3명을 살해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김태현의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해 4월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같은 스토킹 범죄는 몇 년 새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921건이었던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020년 4515건, 2021년 1만4509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1~7월에만 1만6571건이 접수돼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범죄 신고가 늘고 있는 추세지만, 보호조치가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스토킹처벌법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 등인데, 해당 조치를 위반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제재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다. 가장 강력한 보호조치인 '잠정조치' 역시 '잠정조치 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스토킹 범죄 대응의 공백이 다시 부각됨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은 엄정 대응의 의지를 밝혔다. 법무부는 16일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의사 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시 기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법무부는 해당 규정으로 인해 사건 초기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 정부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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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킹 범죄 발생 초기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 범죄 예방이 가능하도록 피해자보호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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