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수원복’ 동시 시행…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 혼란 가중
아동학대 고발 사건, 경찰 수사로 끝… 수사 발 담근 검사, 기소 못 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에 쏠린 눈… 이달 27일 공개 변론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10일 시행됐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이 제한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상당 부분 복원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도 이날부터 시행되면서, 결국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인 2대 범죄로 축소했다.
검사의 보완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검사의 수사 범위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부분으로 한정했다. 또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 근거 없이 ‘별개 사건’에 대한 부당수사를 해선 안 되고, 다른 사건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진술을 강요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해 수사를 확대할 단서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인해 사실상 검수완박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검수완박법에서 축소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수사권을 복원한 것이다.
공직자범죄로 분류된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범죄를 부패범죄로 확대 규정하고 선거범죄에 속했던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 매수 등도 부패범죄로 묶여 수사 대상이 됐다. 경제범죄에는 서민갈취 조직폭력,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마악유통범죄 등을 포함했다. 무고·위증죄는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각각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한 범죄 범위에 넣었다.
경찰 송치사건 중 검사가 보완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조항도 삭제돼 보완수사 범위도 넓어졌다. 범인·범죄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관련사건은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여전히 범죄가 암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수완박법에 따르면 경찰의 수사에 이의를 제기해 검찰의 판단을 받고 싶어도 ‘고발인’은 이의제기 신청을 할 수 없어, 사실상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선거범죄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이 다수인데, 경찰이 수사 후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선관위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또 공익제보나 내부 고발사건, 고발이 많은 아동학대 사건도 경찰 단계에서 범죄 사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됐다고 하더라도 고발인은 이의제기할 수 없어 검찰의 재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없어지게 됐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검수완박법도 문제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송치한 사건을 보완 수사한 경우엔 해당 검사가 기소까지 할 수 있지만, 검찰이 인지한 사건의 직접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은 기소할 수 없게 됐다. 수사 과정에 발을 한 번이라도 담근 검사는 사실상 기소를 못 하는 셈이다.
이에 대비해 검찰이 수사·기소 검사 분리를 위한 세부 운영 방안이라는 자구책을 내놨으나, 기존처럼 원활한 수사를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기소가 금지되는 ‘수사 참여 검사’의 범위를 ▲피혐의자의 출석 조사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이 같은 수사 행위에 참여한 경우엔 ‘직접 수사 개시’에 해당해 기소를 할 수 있는 검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차 떼고 포 떼고 손발까지 묶어놓고 무슨 수사를 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법무·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가 결정돼야만 검찰의 수사 개시와 진행·유지를 둘러싼 혼란이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법무·검찰이 청구한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은 오는 27일 열린다. 권한쟁의심판은 ‘필요적 변론’ 사항이어서 반드시 구두 변론을 진행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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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고발인이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등 검수완박법의 폐단을 담은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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