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위해 방문했던 시민들
문화의 탈을 쓴 시위에 눈살
본래 기능인 여가에 충실한
시민 위한 광장으로 거듭나야
"아아, 광장에서의 하루, 인생에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19세기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로버트 브라우닝은 도심 속 광장의 가치를 이처럼 예찬했다. 그는 광장에서 만끽했던 쉼과 여유가 그 어떤 힐링보다 만족스러웠다는 점을 강조한듯하다. 세계 주요 도시에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광장이 있기 마련이다. 베이징의 천안문광장을 비롯해 모스크바 붉은광장, 파리 콩코드광장,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트래펄가광장 등이 그 예다. 모두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흩어질수 있는 교통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각 국가의 중대사를 함께 겪어낸 역사·문화적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의 대표 광장인 광화문광장이 한 달 전 재개장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광장의 왼쪽 6개 차로를 없앤 덕에 광장 진입이 한결 편해졌다. 광장 면적은 기존 대비 두 배 넓어졌고 녹지공간도 그만큼 늘었다.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연인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손에 쥔채 산책하는 직장인들, 분수대 물줄기를 벗 삼아 뛰놀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 등 시민 각각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돌아온 광장을 반겼다.
평화로워 보이는 광화문광장에 논란거리가 하나 생겼다. 재개장한 직후 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집회·시위가 잇따라 열리면서다. 휴식공간을 빼앗긴 시민들의 불만에 더해 시위대와 뒤섞인 인파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져 집회·시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다. 보다 못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행사 성격과 참석 인원, 소음, 교통 등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심사해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허가를 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조례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불허하는 게 아니라 신청 명목과 실제 내용이 다를 때 규제한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광화문광장 사용 목적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각종 정치·집단이기주의적 주장을 선동하는 집회와 시위가 ‘문화’, ‘추모’ 등의 탈을 쓴 채 빈번하게 거리를 휩쓸었다. 광장과 도로는 소음으로 가득 찼고, 폭력시위로까지 번질 때면 그 불편과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문화와 역사성을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이 법이 명시한 문화·여가공간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또다시 불거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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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은 2009년 첫 조성 때 약 700억원에 이어 이번엔 800억원의 세금이 추가 투입됐다. 십시일반 1500억원을 보탠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이 정치와 이념 대립으로 얼룩진 전쟁터가 아닌 참다운 소통과 휴식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랄 것이다. 한때 정치갈등의 표출구로 소외받던 광화문광장이 재개장과 함께 만남과 산책, 힐링이 어우러진 진정한 시민의 광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아아, 광장에서의 하루, 인생에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라는 브라우닝의 탄성이 시민들의 입에서 절로 나오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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