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 과도"…감사인 지정제, 4년만에 수술대(종합)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 회계개혁 일환
"감사비용 2배 급증" vs "시간당 감사비용 줄어"
금융위 "전면 재검토 열어 놓고 추진단 논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회계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 4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감사인 지정제는 안진회계법인이 5조7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눈감아 준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신(新)외부감사법’에 따라 상장사를 비롯한 대형기업이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정부가 지정해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상장사 절반 이상이 감사인을 지정받은 가운데 이 제도의 시행 이후 감사 비용이 급증해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6일 금융위원회는 신외감법의 주요 제도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난 1일 첫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및 회계법인 2개, 학계 등으로 구성됐다. 추진단은 이번 회의에서 회계 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에 대해 기업과 회계업계의 의견을 공유하고, 표준감사시간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주기적 지정제 확대 등을 향후 논의할 과제로 선정했다.
2018년 도입된 신외부감사법은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을 도입해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아 투명한 회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표준감사시간으로 감사시간이 대폭 늘어난데다, 정부가 지정해준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대로 감사보수를 줘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이 크다는 점이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상장사 평균 감사보수는 2017년 1억2500만원에서 지난해 2억83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감사시간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며 시간당 감사보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주장이다. 한공회에 따르면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8년 10만2000원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7년 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시간당 감사보수는 9만8000원으로 2010년(9만9000원)보다 소폭 낮다. 한공회는 추진단 첫 회의에서도 "미국 상장회사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9년 216달러에서 2019년 283달러 연평균 2.7% 상승했고, 같은 기간 미국 연평균 물가상승률(1.8%)보다 높다"라며 "자유 선임 시장에서 회계법인 간 감사보수 경쟁으로 인해 감사업무량 증가를 감사보수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 시간당 감사보수가 오히려 하락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반면 상장사협의회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부작용이 심한 ‘단기 스테로이드 처방’"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원칙적 처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협의회는 내부고발 활성화와 형사처벌 강화, 감리강화, 감사 기능 강화 등을 장기 처방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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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따르면 지정 감사를 받는 상장사는 2017년 8.4%에서 지난해 54%로 절반이 넘었다. 올해 이후 상장사 신규 주기적 지정은 177사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절반 이상이 지정 감사를 받게 된다. 학계에선 과거에 정상적 감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지나치게 낮았던 감사보수가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정상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기업 부담을 고려해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외감법 시행 이후 도입된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주기적 지정제 재검토를 포함해 제도의 전면 개선까지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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