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영업 등 대출시장 잠식할 것"...금융안정성 위협 우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커머스 기업, 왜 금융업에 뛰어드는가' 보고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근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체 플랫폼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등 대출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단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융업에 대한 노하우(Know-how)가 부족한 만큼, 과도하게 대출을 확대하면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이커머스 기업, 왜 금융업에 뛰어드는가' 보고서를 통해 "이커머스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영향력은 초기 단계에서 제한적이지만, 점차 기존 대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커머스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현재진행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글로벌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신용공급 규모가 오는 2023년 1조2300억달러(약 168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7950억달러) 대비 약 54% 늘어난 수치다.
금융업에 진출한 이커머스의 전형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1년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단기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아마존 렌딩(Amazon Lending)'을 출시했다. 판매 이력, 제품군, 소비자 반응, 배송조건 등 아마존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조건을 결정한다.
아마존 렌딩엔 별도 수수료가 없으며, 대출한도는 1000~7만5000달러(약 137만원~1억원), 대출금리는 연 3~16.9%, 대출만기는 1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새 수익원인 이자 이익은 물론, 판매자들의 성장으로 상거래 수수료도 늘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커머스업계 선두그룹인 네이버와 쿠팡이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중개' 방식의 사업자 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2020년엔 금융 이력 부족으로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고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무담보 신용대출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6월엔 오프라인 중소사업자 전용인 '스마트 플레이스 사업자 대출'을 출시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네이버는 자사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를 현재 10만명 수준에서 3년 내 50만명까지 확대한단 구상이다.
네이버에 이어 금융업에 뛰어든 쿠팡은 지난달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여신전문금융업(쿠팡파이낸셜)에 진출했다. 네이버와 다른 점은 여전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대출을 중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를 대상으로 '직접 대출'에 나선단 점이다. 아마존과도 유사하다. 쿠팡파이낸셜은 하반기부터 플랫폼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이유론 사업확장 및 수익성 개선, 고객 락인(lock-in) 효과 등이 꼽힌다.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뿐 아니라, 대출을 통해 입주업체들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 관련 수익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영역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네이버 테크핀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씬파일러(금융 이력이 없는 사람) 규모는 약 1280만명에 달하는데,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ACSS) 등을 구축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일반적인 여전사 대비 입주업체의 판매실적, 재고실적, 반품률 등 다양한 데이터를 가진 까닭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기업이 소상공인 대출 시장 분야를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진 기존 금융사와 중복되지 않는 저신용·소기업 위주의 대출을 취급하고 있지만,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이 99.9%에 이를 정도로 다수인 만큼 플랫폼·데이터를 통해 이들에 대한 대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다.
특히 아마존이 방대한 고객정보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급결제, 대출 등 금융업에 대한 영향력을 넓힌 것처럼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대출 중개, 직접 대출을 넘어 향후 금융·보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 있다. 예컨대 쿠팡의 경우 여전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만큼 전자기기 등을 대상으로 한 장기렌탈(할부·대여)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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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커머스 기업은 금융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과도한 대출 확대가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하나금윰경영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리스크 관리 역량이 부족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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