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의 정치드라마 시즌2 [글로벌포커스]
룰라 13년만에 대통령 복귀하나…보우소나루에 지지율 13%P 우위
2003~2010년 집권기간 높은 인기…좌파 부패로 2016년 보수 집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초등학교 5학년 중퇴 학력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에 오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룰라가 내달 2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서 13년 만의 대통령 복귀라는 또 하나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수감돼 한때 형량이 17년형까지 늘었던, 그의 퇴임 후 지난한 정치 역정을 감안하면 더욱 극적이다.
브라질에서 룰라의 인기는 분명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초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룰라에게 구형된 실형이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룰라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룰라가 창당을 주도한 노동자당(PT)이 집권기 동안 저지른 부패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룰라는 브라질 좌파의 대부라는 상징성을 가진 정치적 거물로 여전히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마존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고 있다.
◆룰라, 보우소나루에 13%포인트차 우위=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12명이지만 판세는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맞대결 양상으로 일찌감치 좁혀졌다.
룰라는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점부터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에게 여유 있게 앞섰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데이터폴라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룰라의 지지율은 45%를 기록해 직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보우소나루와의 격차도 그만큼 줄었지만 정작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32%로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룰라의 지지율은 50%를 넘었고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대선이 다가오면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강경 보수 성향인 보우소나루는 중도로의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달 2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율 1, 2위를 기록한 두 후보를 대상으로 같은 달 30일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2차 결선투표 지지율에서는 룰라가 53%, 보우소나루가 38%로 1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현재 룰라의 지지율은 퇴임 당시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룰라는 3전 4기 끝에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돼 재임 기간 높은 인기를 누렸다. 3선을 금지한 헌법 규정 때문에 2010년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 그에 대한 지지율은 80%를 넘었다.
하지만 후계자로 키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재임 때 브라질 경제가 추락하고 여당인 PT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를 이용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형 건설회사로부터 뇌물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PT와 룰라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룰라가 집권한 2003년부터 호세프 전 대통령이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날 때까지 집권 좌파의 부패가 확인되면서 좌파에 대한 반감도 커지면서 브라질 사회는 보수화됐다. 브라질 리서치업체 IDEIA 빅데이터에 따르면 스스로를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브라질 국민의 비율은 2010년 22%에서 현재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브라질의 보수화는 2018년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가 집권하는 배경이 됐다. IDEIA에 따르면 2018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16~24세 유권자에서 51%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반면 PT의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두 아다지의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보우소나루, 트럼프 행보로 논란= 보우소나루는 집권하는 동안 극우 논란을 일으키며 중도층을 끌어안지 못했다. 16년 진보 정부 시대를 마감시킨 보우소나루 정부가 극단적인 우파 성향을 보이면서 브라질의 좌우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재임 기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보우소나루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백신의 효과를 부정하며 접종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브라질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68만명을 넘어 미국(103만명)에 이어 세계 2위다.
보우소나루는 또 재임 기간 중 끊임없이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가 총기 소유를 지지해 임기 동안 총기 제한을 완화한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판박이다. 보우소나루는 또 지난해부터 근거 없이 전자투표 제도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대선에서 패할 경우 그가 투표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제 실정도 보우소나루의 발목을 잡는다. FGV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극빈층 인구는 3분의 1 이상 급증해 전체 인구의 14%로 늘었다. 브라질이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갤럽 여론조사에서 브라질 국민의 36%는 식량을 사기에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룰라는 대통령 재임 때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라는 강력한 재분배 정책으로 빈곤층을 크게 줄였다.
◆룰라 "공공지출 늘릴 것"= 룰라는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해지는 것을 멈추고 건강, 교육, 재화의 소비자가 될 때 전체 경제가 성장한다"며 공공 지출에 대한 헌법상의 상한선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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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 지출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 강조했다. 또 PT 정권이 물러난 뒤 제정된 노동 정책을 검토할 것이며 부자들에게 더 유리해진 보우소나루 정부의 조세 정책은 실패했다며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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