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비상계획 짜야…정부도 채권매입프로그램 고려를"
한국금융연구원 '여신전문금융업의 리스크 요인과 향후 과제' 보고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사시 정부가 유동성 관리를 위해 채권매입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3일 발간한 '여신전문금융업의 리스크 요인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금리상승과 더불어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관련 헤지 자산 총액에서 여전채의 비중을 8% 이하로 유지토록 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여전채에 대한 잠재 수요를 감소시켜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우선 여전사들이 마주한 공통적인 리스크로 ▲취약 차주 대출의 여신 건전성 악화 ▲여전채 발행 여건 악화를 꼽았다. 취약 차주의 경우 신용대출·기타대출 보유 비중이 높고,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늘어날 때 이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채 발행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5% 안팎까지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은 활발한 편이지만, '큰 손'인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의 수요는 각종 규제로 하방 압력을 받는 처지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관련 헤지 자산 총액 중 여전채 비중을 8% 이하로 유지토록 규제하면서 여전채 잠재수요를 가라앉히고 있다. 더군다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신용위험 확대로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지표)가 코로나19 위기 당시보다도 높아졌다.
업권별로 보면 카드사의 경우 저금리 시절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차주별 DSR 규제 적용(카드론) 등으로 본업경쟁력이 취약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 등 금융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용리스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단 평가다. 아울러 최근 급격히 파이를 늘리고 있는 자동차 금융 부문도 경쟁 심화로 인한 이익률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피탈사 등 비카드 여전사의 경우는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본업인 자동차 금융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수익성은 높지만 경기민감도에 따른 위험이 커 사업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다. 부동산 PF 부문이 대표적이다. 금융연구원은 "비카드 여전사의 경우 기업·투자금융 확대로 운용자산의 회수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여전채 발행 여건 악화로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자산·부채 만기 불균형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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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은 여전업권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함에 따라 당국 차원에서 채권매입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도 금융위기 국면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여전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도왔던 사례가 있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사는 유동성 리스크를 강화하고 자금조달에 있어 비상계획 등을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금융당국은 여전사 자체 문제가 아닌 금리 변동성 확대로 여전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경우 과거와 같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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