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각자에게 부여된 삶,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서임 감사 미사 "낮은 자리야말로 하느님과 밀접한 특권의 자리"
염수정 추기경 "한반도 평화 위한 역할도 잘 수행해주시길…"
"모든 불행은 옆과 비교하면서 시작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은 복음의 삶과 역행한다."
유흥식 라자로(70) 추기경이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한인신학원에서 서임 감사 미사를 봉헌하며 한 말이다. 그는 "누가 너를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낮은 자리야말로 하느님과 밀접한 특권의 자리"라고 강론했다. 이어 "각자에게 부여된 삶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라"며 "나머지는 하느님이 생각하시고 올려주신다"라고 말했다.
감사 미사는 엄숙하고 경건한 흐름에서 진행됐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얽힌 일화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지난 5월 29일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듣고 막막했을 때 '추기경님, 가끔 (추기경의 옷 색깔인) 빨간 옷을 입으면 예쁘게 보이니 잘 입어보라'고 말해줬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다짐하는 세 가지도 소개했다. 잃어버릴 줄 알아야 하는 마음과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자세,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보자는 것이었다.
감사 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김종수 대전교구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대표인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국회 대표단과 국내 가톨릭 신도 경축 순례단, 로마 한인 신자 등 300여 명도 함께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추기경은 문에 달린 '돌쩌귀(경첩)'라는 뜻"이라며 "교황님의 최고 자문위원으로서 신자들을 천국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성소가 줄어드는 등 추기경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역할도 잘 수행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용훈 의장은 "보편 교회를 위해 아낌없는 열정과 봉사를 하고 계신 유 추기경님께서 추기경 서임으로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를 넘어 보편 교회 안에서도 중책의 소임을 다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은 "내년 한-교황청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영광과 경사"라며 "한국 가톨릭은 물론 세계 가톨릭 역사에 남는 큰 별로, 큰 빛을 비추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오늘의 감사 미사를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추기경님께서 어디선가 보고 계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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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추기경은 지난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속에 정식으로 로마 교회 추기경단의 일원이 됐다. 김수환 스테파노,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염수정 안드레아(78)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으로 권위와 명예를 가진 영예로운 자리다. 세계 모든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유 추기경은 29~30일 교황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추기경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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