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돼지 똥에서 생수처럼 맑은 물이?"…제주 가축분뇨자원화공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제주=손선희 기자] 지난 26일 오전 제주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을 찾았다. 돼지 등 가축분뇨를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정화처리해 재이용수를 생산하는 곳이다. 소위 '똥 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입구에서부터 대형버스 차체를 완전히 감싸는 규모의 소독조를 통과해 들어선 공장은 속칭과는 달리 깔끔한 외관과 조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2019년 6월 개설된 제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은 3만7361㎡(1만1300평)의 부지에 액비화조, 막분리조, 퇴비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변 양돈농가 등으로부터 일평균 약 296t의 가축분뇨를 가져와 148t의 액비, 148t의 정화수(재이용수), 22t의 퇴비 등을 생산한다.
특히 화학적 정화방식은 응집제 사용에 따른 추가적 폐기물을 발생하기 때문에, 이곳 공동자원화공장에서는 물리적 정화처리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적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축 분뇨를 가져와 침전, 여과 등 기본 정수처리를 한 뒤 정밀여과막(MF) 및 1·2·3차 역삼투막(RO)으로 걸러낸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육안으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전혀 구별되지 않을 만큼 맑다. 실제 수질검사 결과 방류수 수질기준 이내에 부합할뿐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 중인 생수와 유사한 수준의 용해고형물질(TDS) 수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종 공장장은 "세 번의 RO 처리로 분뇨에 포함된 대부분의 성분을 걸러낸 뒤 골프장 등 조경수나 청소, 차량소독, 안개분무, 공장 등에서 재이용수로 활용되고 있다"며 "다만 미네랄처럼 이로운 성분까지 모조리 걸러진 그야말로 정화수여서 음용수로는 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에서 처리된 세정액비, 정화수,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 세정액비는 퇴비 대용으로, 정화수는 인근 농가 및 공장·골프장, 조경수, 청소수 등으로 활용된다.
원본보기 아이콘축산업이 발달에 따라 늘어난 가축분뇨 처리 부담은 농가들의 골칫거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은 약 5194만t으로, 사육동물이 늘어나면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축 별로는 돼지가 2037만t(40%)으로 가장 많고, 한육우(1673만t, 32%), 닭(749만t, 14%), 젖소(562만t, 11%) 등 순이다. 이 중 약 54%에 해당하는 2802만t은 각 자가처리되고, 나머지 2391만t은 위탁처리되고 있다.
갈수록 가축분뇨 발생량이 늘어나는 데 비해 국내 토양의 양분과잉 및 살포지 감소,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퇴액비화를 처리하는 데는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각 지역별 위탁처리시설이 요구되는데,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에 대한 지역민의 혐오적 시선 탓에 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주민반대에 막혀 사업을 포기한 케이스가 약 34곳으로 파악된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생활·농업용수 95% 이상을 지하수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자원화공장에서 생산하는 재이용수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제주 공동자원화공장에서는 주변 100여곳 농가로부터 분뇨 위탁처리를 맡아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3개월동안 총 3만6631t의 정화수를 생산했다. 생산된 정화수는 이를 필요로 하는 주변 농가나 골프장 등에서 무료로 가져가 활용한다. 농가들로부터 위탁처리비용을 받는 것 외에는 별도 수입이 없어 아직은 시설유지비 등으로 인해 적자 상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오 공장장은 "정화수 공급을 통해 제주도의 물 부족 문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분뇨처리의 필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고, 공동자원화공장을 통한 지역사회 재이용수 공급으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