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폭주하는 환율, 연말까지 간다…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문제원 기자]원·달러 환율이 23일 1340원 선을 재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일본·중국의 엔·위안화 값도 동반 하락하면서 고(高)환율이 국내 수출기업들에 호재라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 외환당국이 거침없는 환율 상승세를 잡기 위해 두 달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대외 여건과 한국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환율 상방 압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 1340선 재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1339.6원으로 134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전날 13년4개월 만에 기록한 연고점(1340.2원)을 또다시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9시5분께 1345.2원까지 고점을 높이다가 이후 1340원대 초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가파른 환율 상승세에 외환당국은 2개월여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1340원까지 치솟은 환율 때문에 걱정을 하실 것 같다"며 "국민들이 불안해하시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은 1339원대로 소폭 떨어졌지만 상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긴축, 침체 우려에 강달러 지속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배경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도에 달하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73% 상승한 108.96을 기록했다. 이는 7월 중순에 기록했던 ‘20년 이래 최고치’ 109.29와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장중 한때 109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강달러는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 약세가 두드러진 여파가 컸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0.94% 떨어졌고 ‘1달러=1유로’의 패리티(parity·등가)도 재차 무너졌다. 장중 한때 유로당 0.9928달러에 거래되는 등 20년 만에 최저 수준도 찍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둘러싼 경기침체 공포감이 급격히 높아진 탓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0.37% 낮아졌다.
최근 강달러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 공포감이 존재한다. 그래도 믿을 만한 안전 자산은 미국 달러뿐이라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번 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데이비드 애덤스 애널리스트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어조는 잠재적으로 강달러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큰 틀에서 강달러 기조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길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출 치이고 물가 치솟고...韓경제 비상
기축통화인 달러 강세는 결국 한국을 비롯한 각국 경제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으로 투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강달러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국 경기 사이클을 악화시켜 글로벌 무역 감소→경기둔화 우려→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과거 고환율은 제품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호재가 된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급증한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환율이 상승하면 이전보다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가 상쇄된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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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환율은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면서 소비자물가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고온·가뭄·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추석물가까지 더해지며 경제주체들의 물가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는 9월 7.0%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집계돼 8개월 만에 하락했으나 물가인식은 5.1%로 전월과 같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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