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BMS 항목 의무화, 무역분쟁 우려
美 인플레감축법 자국 메이커 우호여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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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선가 배터리셀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인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불이 난다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3년 전 불거졌던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은 여전히 불명입니다. 조사를 담당했던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인위적으로 불을 내려고 해도 도통 불이 나지 않아 원인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1위 친환경차 메이커를 두고 테슬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중국 BYD의 전기차도 최근 잇따라 불이 붙은 사실이 현지 매체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으로 알려졌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써도 화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전기차 화재 빈도는 내연기관에 비해 적은 수준임에도 고객 불안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끄기 힘들고 주행중이 아닌 상태에서 불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화재를 막는 방안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게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한 방식입니다. 주행거리가 줄어든다는 걸 감내하고서라도 배터리 용량의 30, 40% 정도를 덜 충전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배터리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경보음 등으로 알림을 주거나 스스로 냉각시키는 시스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상 징후 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안도 BMS로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자동차 관리당국이 이러한 점을 제조사에 의무화하는 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해외 전기차 메이커가 이러한 의무를 한국에서 차를 팔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한다면 무역분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이 지난해 10월 기업공개 당시 뉴욕타임스퀘어에 전시돼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이 지난해 10월 기업공개 당시 뉴욕타임스퀘어에 전시돼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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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물리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볼까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 세금 공제를 해주는 이 법으로 우리나라나 유럽 상당수 전기차는 대번에 1000만원가량 비싸졌습니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산지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자유무역의 기조를 거스른다고 우리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외치고 있지만 울림은 공허합니다. 90년대 후반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중국이 단물을 빼먹고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로 회귀하면서 역할론에 대한 의문이 수시로 불거지던 참입니다.


정녕 기후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소비자가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양질의 전기차를 값싸게 살 기회를 누려야 할 텐데, 미국 행정부나 입법부가 이를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요는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를 한층 풍성하게 하기 위해 정책의 힘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뜻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반도체와 배터리,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콕 집어 공급망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조사의 결론은 이러한 기초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의존도가 높아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쥐고 있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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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를 비롯해 국제통상 규범을 논의할 때 자동차가 중요한 대상이 되는 건 규칙에 따라 시장 진출이나 판매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안전이나 환경 같은 기준을 깐깐히 한다고 거스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 당위성 혹은 인류 보편의 가치보다도 때로는 돈벌이 혹은 자국의 이해관계가 우선할 때가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규칙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건 그래서일 겁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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