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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전기료에 문 닫는 유럽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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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공급 줄여 전기료 급등…알루미늄·아연 공장 가동 중단
비료 생산 줄어 밥상물가 자극 우려…獨선 백신 유리병 수급 차질

[아시아경제 조영신 선임기자, 박병희 기자]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여파로 전기료가 치솟자 유럽에서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공급난이 악화하면서 가뜩이나 크게 오른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슬로바키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슬로발코는 9월 말까지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슬로발코는 연간 17만5000t의 알루미늄을 생산한다. 슬로발코는 전기료가 급등한 탓에 공장을 계속 운영하면 상당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료가 오른 이유는 유럽의 주요 발전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공급 축소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8% 올라 메가와트시(MWh)당 227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가스 가격은 지난 10년 평균 가격의 13배 수준이다.


슬로발코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노르스크 하이드로의 자회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이날 노르웨이의 순달 알루미늄 제련소가 오는 22일부터 파업으로 4주간 감산을 결정했다며 생산량이 20%가량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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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는 벨기에의 아연 제련업체 뉘르스타가 네덜란드 부델의 아연 제련 공장 가동을 다음 달 1일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선물 가격은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최근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말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비료 공장도 속속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치솟는 전기료 탓에 유럽에서 7월에만 비료 공장 10곳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

원자재시장 분석업체 CRU그룹은 잇따른 비료 생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유럽의 질산 비료 생산능력이 최소 2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CRU그룹은 질산 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더 싸다며 암모니아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비료협회(IFA)는 농부들이 다음 수확기에 비료 사용을 최대 7%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IFA는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비료 사용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대 23%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료 사용 감소는 농산물과 육류 생산량을 줄여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계비 부담이 커지고 빈곤국에서는 기아의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천연가스 보급이 코로나19 및 원숭이두창 백신 보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백신을 담을 바이알(유리병)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20%까지 줄이면서 유럽 백신 바이알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독일 현지 언론(thelocal.de)의 ‘가스 위기가 독일 유리 제조업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 백신 바이알 등 제약 및 의료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독일 쇼트를 언급했다. 쇼트는 전 세계 백신 바이알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유리 생산 기업이다. 이 매체는 백신 바이알과 같은 제품(중성 붕규산 유리)은 섭씨 1500∼2000도의 고열이 필요하다면서 천연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유례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바이알을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환구시보는 일부 특수 유리 제품의 경우 이미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생산라인이 중단되면 재건하는 데 최소 몇 개월에서 최대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스 공급이 끊기면 바이알 부족으로 전 세계 백신 공급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신 선임기자 ascho@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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