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엘비스는 로큰롤의 황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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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분야의 역대 최고를 궁금해한다. 역대 최고의 야구선수는 누구일까? 축구선수는? 영화배우는? 과학자는? 큰 이견 없이 답이 나와있는 분야도 있다. 이를테면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는 마이클조던이 제일 많은 표를 얻을 테고 작가 중에서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위에 올라갈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대 최고의 가수는 누구일까? 영화 '엘비스'를 보다가 이 질문이 떠올랐다.


이런 식의 논의에는 반드시 시대보정이 필요하다. 시대에 따라 화폐 가치도 사회적 기반도 다르기 때문이다. 팝가수의 상업적 성공을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척도는 빌보드 챠트일 것이다. 빌보드라는 잡지의 역사는 무려 갑오경장과 같은 연도인 18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과 비슷한 형태의 팝음악 차트를 싣기 시작한 지도 100년에 이를 정도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다행이도 역대 최고의 가수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 긴 세월의 차트를 다 뒤질 필요는 없다. 빌보드에서 정확히 순위를 매겨놓았으니까. 이름하여, 빌보드가 선정한 올타임 아티스트. 싱글(노래)과 앨범 판매량, 방송횟수, 최근에는 스트리밍 횟수까지 골고루 평가해서 선정한 순위다.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이 기준이며 음악성이나 실험성은 배제된 정량적 평가라는 한계를 감안해서 봐주길.

5위는 마돈나, 4위는 머라이어 캐리가 차지하고 있다. 3위는 앨튼 존, 2위는 롤링스톤즈, 1위는 비틀즈다. 어떤가? 독자님들의 마음 속 순위와 비슷한지? 참고로 마이클잭슨은 7위, 요즘 한참 활동 중인 가수들 중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과 드레이크가 상위권에 있다. 위해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들 때문에 그룹 퀸이나 칸예 웨스트의 이름을 찾으려면 한참 밑으로 내려가야 하고 방탄소년단은 100위 안에도 없다. 핑크 플로이드보다 핑크가 더 상위권에 있기도 하다.


로큰롤의 황제라고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름은 13위에 위치한다. 사실 필자가 좋아하는 순서로 치면 엘비스는 100위 안에도 들까말까다. 그의 음악을 좋아서 들은 적은 별로 없고 직업상 필요에 의해 공부하듯 들었다. 내가 어려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지금 들어도 별로다. 너무 옛날 가수여서? 역시 필자보다 한참 앞선 세대인 비틀즈나 레드제플린의 경우에는 모든 앨범을 다 사모으고 트랙 순서까지 외울 정도로 좋아하는 걸 보면, 시대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엘비스를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겨우 '로큰롤의 황제'가 아니라 '팝음악의 프로메테우스'라고.

길고 긴 노예생활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의 역사 속에서 흑인들은 엄청난 음악적 에너지를 응축시켜 왔다. 설움과 분노와 환희 등등 다양한 감정을 때로는 신나는 리듬에 때로는 구성진 가락으로 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다는 이유로 배격되었던 흑인의 음악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 우리에게 선물해준 가수가 엘비스 프레슬리다. 록음악의 뿌리도, 아이돌이라는 개념도, 펑크와 힙합을 비롯한 저항의 음악도, 살짝 과장하자면 대중음악의 역사가 엘비스에게서 시작된다.


영화 '엘비스'는 별로 좋지 않은 흥행성적을 남긴 채 극장에서 사라졌다. 안 보신 분들은 나중에 OTT 서비스에 이 영화가 등장하면 감상해보시길 추천해드린다. 화려하고 흥겹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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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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