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위기’
기업 체감경기 전망치 1년10개월만에 90선 아래로

기업 덮친 3高…"투자는 커녕 돈 빌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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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기업 체감경기 전망치가 1년10개월만에 9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위기’에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자금조달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업 채산성은 크게 나빠졌고 코로나19 재확산은 고물가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후퇴시켰다. 기업들의 창고에 쌓인 재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배경이다.


◆총체적 난국 "돈 빌리기도 어렵다"=26일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문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긍정 전망이 나타난 것은 고용(103.4)이 유일하다. 자금사정(89.6)을 비롯해 ▲채산성(89.6) ▲내수(89.9) ▲수출(93.9) ▲투자(98.2) ▲재고(105.2) 등 모든 부문이 부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BSI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특히 자금사정과 채산성은 2020년 8월(자금사정 88.3, 채산성 85.1) 이후 24개월 만에 90선 아래로 하락했다. 실제 기업의 자금 조달환경은 시장금리 급등에 경기침체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급속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이 급랭한 영향이다.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의 사정은 괜찮지만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는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채권금리가 연 7~8%까지 치솟았다. 발행액도 급감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전날까지 53조4249억원으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1894조2640억원으로 연초 2211조3730억원 대비 20% 가까이 쪼그라들었고, 1~7월 신규 상장사 56곳의 기업공개(IPO) 자금조달액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넘게 감소했다.

기업 채산성 역시 원달러 환율 급등세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6월 1121원 수준에 거래되던 환율은 최근 130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2.0원에서 출발했다. 기업들의 달러 부채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원자재 수입단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우리 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은 1206.1원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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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할 때"…대규모 투자 재검토=소비 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창고에 쌓인 재고가 늘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재고가 급증하면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고용 감소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재고회전일수(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는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2주 정도 더 늘어났다. 역대 최고치다. 삼성전자는 수요 감소 분위기를 감안해 스마트폰, 가전 등 제품 생산과 재고량을 조정하는 탄력운영에 나선 상태다. 1분기 10조2143억원(27.7%)의 재고자산을 기록한 LG전자는 2분기 연속 증가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BSI 재고 지수의 경우 기준선 100을 넘을 경우 부정적 전망(재고 과잉)을 뜻한다. 8월 BSI에서 제조업이 107.2로 비제조업(103.1) 보다 높았다. 특히 기계 및 장비 재고가 121.4로 높아았다. 고용과 투자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로 부정적 전망이 커지자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최근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미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 상반기 중 미국에 착공 예정이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놨던 1000조원 이상의 중장기 투자계획도 경기불확실 상황이 지속되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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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서둘러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삼성도 지난달 3년 만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한화 역시 에너지 부문 계열사의 비상경영 체제가 선언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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