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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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입사 3년차인 뉴요커 아일리 밀러씨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긴급 화상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것은 열흘 전이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 밀러씨는 100명 이상의 동료들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소식을 전한 밀러씨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 첫 해고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가 몸담았던 테크기업은 불과 2~3개월 전만해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 중이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빠르게 확산하는 해고·채용 동결 바람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은 안타깝게도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팬데믹 기간 거침없이 몸집을 불린 기술·성장 기업들부터 감원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탓이다.

강력한 노동시장은 팬데믹 후 미국의 빠른 경제회복을 이끈 기둥으로 꼽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 핵심 참모들이 공식석상에서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 대표적 주제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반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일자리 창출 경제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달 초에는 “코로나19로 잃은 일자리를 모두 회복했다”고 선언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 역시 공식석상마다 강력한 노동시장 언급을 빼먹지 않는다. 미 경제가 강도 높은 긴축 통화정책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배경 또한 50년래 최저 수준인 실업률 등 '타이트한' 고용 지표에서 출발한다. 사실상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마지막 ‘믿는 구석’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여전히 노동시장이 강력하다는 평가를 반복할 수 있을까.


애플, 테슬라, 메타플랫폼, 넷플릭스, JP모건체이스, 리비안, 포드 등 최근 들어 해고 또는 채용 축소 방침을 공식화한 주요 기업들만 수십여곳에 달한다. 스타트업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더 광범위하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지난달 기술부문 고용은 9.1% 감소했다. 전체 산업을 통틀어서도 5.4% 축소됐다.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채용 공고 수가 전국적으로 5주 연속 감소했다”고 전했다.


매주 공개되는 지표도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달 10~16일 주간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해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Fed의 고강도 긴축이 결국 실업률을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은 파월 의장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아직 정점이 확인되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사이에서 Fed의 딜레마는 이제 본격화 됐다. 일부 경기 둔화와 실업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Fed 내에서도 제기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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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은 바이든 행정부와 Fed는 노동시장의 흐름을 단순히 "강력하다", "괜찮다"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하게 살펴야만 한다. 1년 뒤, 파월 의장과 바이든 행정부 핵심 참모들로부터 또 다시 "당시 판단이 잘못됐다"는 뒤늦은 반성문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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