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가드·썬더役 김우빈
비인두암 완치 후 6년만 스크린
"배우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최동훈"

김우빈/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김우빈/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이제 연기할 때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요. 스무살에 일을 시작해서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잠도 안 자고 늘 채찍질했어요. 대본 보느라 밤을 지새우고, 촬영 끝나고 주어진 3시간 중 2시간 운동하고 1시간 잤죠. 늘 미래를 보며 살았어요. 매일 바쁘게 살면서 정작 나를 위로해준 적은 없었죠.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줬다니 슬프더라고요. 나를 더 사랑하게 되면서 남도 사랑하게 됐어요."


배우 김우빈(33·김현중)은 연기와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감사'와 '건강'이다. 몰라보게 차분해진 얼굴로 마주 앉은 그는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 자신이 없다"며 "하루하루 오롯이 느끼며 살고 있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우빈은 "지난주에 치료 끝난 지 5년이 됐다"며 "건강하다는 의료소견을 받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 7년 만에 인터뷰를 앞두고 오랜만에 기자님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렜다"며 웃었다.


'외계+인'은 김우빈이 비인두암 완치 후 6년 만에 출연한 신작이다. '친구2'(2013)·'기술자들'(2014)·'스물'(2015)·'마스터'(2016) 등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활동을 중단하고 병마와 싸웠다. 최동훈 감독은 2017년 영화 '도청'에 김우빈을 캐스팅한 후 회복을 기다리다 중단을 결정했다. 2년여 투병 생활을 마친 그는 가장 먼저 최 감독과 손을 잡았다.

"최 감독님과 '도청'을 하기로 했다가 중단되면서 만약 배우로 돌아간다면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최우선이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어떤 역할이든 나를 필요로 한다면 달려가겠다고 했죠. '외계+인' 시나리오를 거의 다 써갈 무렵, 집에 온 감독님이 제게 컨디션을 물어보셨어요. '지금쯤이면 복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했더니 반갑게 '그럼 가드라는 역할이 있는데 말이야'하면서 설명해주셨어요. 한달쯤 지나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는데 예상보다 훨씬 크고 멋진 배역이라 감사하고 행복했죠."


[인터뷰] 김우빈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뷰] 김우빈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원본보기 아이콘


숱하게 카메라 앞에 서온 김우빈이지만 수년만에 다시 찾은 세트장은 낯설었다고 했다. 첫 촬영 장면을 묻자 그는 "전신 타이즈를 입고 촬영하는 비교적 간단한 장면이었다. 제 분량 중 가장 간단한 장면이고 2시간 정도 분량이었기에 부담 없이 촬영했다.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첫 슬레이트 치기 직전의 촬영장 공기와 온도가 심장에 남아서 잊히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첫 촬영 며칠 전부터 싫은 거 안 하고 좋은 것만 보면서 준비했어요. 촬영 전날 대전에 내려가서 숙소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왔죠. 촬영장에서 전신 타이즈 차림으로 인사를 하려니 민망하더라고요. 롱패딩을 걸치고 있다가 '아 여기서 내가 작아지면 갈 길이 멀다. 쉽지 않겠다' 싶어서 패딩을 벗어버렸어요. 쫄쫄이 복장으로 촬영장을 활보하면서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그때 따뜻한 눈빛과 박수로 반겨주시던 마음들을 오롯이 느꼈어요. 기억에 남습니다."


김우빈은 6년 전과 현재,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타인한테는 위로도 공감도 쉽게 건넸지만 정작 나한테는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줬더라. 그걸 깨닫고 슬펐다. 그때부터 스스로 칭찬해주고 사랑한다고 한다. 부족함을 깨달아도 채찍질하지 않고 인정해준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니 남도 더 사랑하게 되더라. 미래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한테 집중하게 됐고, 연기할 때도 캐릭터의 마음에 더 공감하려 한다."


투병 당시 많은 분의 응원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는 김우빈은 "단지 얼굴이 알려졌을 뿐인데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다. 그게 치료 결과로 나오더라. 길을 지나가다 만나는 분들도 안타까워하며 응원해주시고. 그 힘을 얻어서 회복도 빨리 됐다. 병원에서도 놀랍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 후로 항상 기도해요. 많은 분의 응원의 목소리, 그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서요. 오늘도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해요."


그러면서 김우빈은 "지금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거.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 자신이 없어요. 그렇게 주어진 하루를 충실하게, 오롯이 느끼려고 합니다."

[인터뷰] 김우빈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원본보기 아이콘


김우빈은 영화에서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로 분하면서 귀여운 동반자 썬더로 활약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놀랐다는 그는 "재미있는 역할이라 반가웠다. 쉴 때 혼자 있는 시간도 많고 평온한 상태로 몇 년을 지냈다. 그래서 썬더를 받고 좋았다. 잊고 지내던 위쪽 높은 기운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란 마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제가 향에 예민한 편이에요. 어딘가 익숙한 향이 나면 과거 기억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 때 어울리는 향수를 골라요. 썬더와 가드 연기할 때 각각 다른 향수를 뿌리고 촬영에 들어갔죠. 가드는 딥하고 묵직한 향이고, 썬더는 상큼하고 밝은 꽃향기를 뿌렸어요. 향수요? 제가 모델로 있는 브랜드죠.(웃음) 아이고, 다른 향수는 쳐다도 안 봐요 저."

AD

다시 날개를 편 김우빈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고 했다. "그동안 안 보여드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전문직이나 현실적인 연기도 좋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많은 분께서 반가워해 주시더라. 숨겨왔던 많은 모습을 천천히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달라."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