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는 분명 내렸는데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정유사·주유소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기름값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부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주유소의 담합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정부의 소극적 대책은 신물이 날 정도로 진부하다. 가격 인하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정유업계의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유류세 인하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휘발유·경유를 생산하는 정유사가 제품 출고 시점에 유류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해 놓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때문에 발생하는 고질병이다. 주유소 업자가 이미 정유사에 납부한 유류세를 포기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주유소와 소비자의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정부의 태도는 몹시 비겁하다.
논란을 해결할 방법은 있다. 국세청이 유류세를 직접 징수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부가가치세는 국세청이 판매자를 통해서 직접 징수하고 있다. 국세청이 주유소 기름 탱크 재고를 파악해 정유사로부터 징수한 유류세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정보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이미 정부는 운송업자와 택시사업자들에게 적지 않은 규모의 유류세 환급금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1만여 곳에 불과한 주유소 재고 파악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1994년 ‘교통세’로 시작했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25년부터 ‘개별소비세’로 전환된다. 에너지 소비 현대화와 환경보호 재원을 확보한다는 어설픈 핑계는 처음부터 몹시 옹색했다. 장기적인 운용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고 2009년 이후 3년마다 일몰 시한을 관행적·반복적으로 연장해 왔던 것도 잘못이었다. 산업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해 버린 ‘석유제품수입판매분담금’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류세는 휘발유·경유의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유류세는 ‘가짜 기름’의 유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유류세를 내지 않은 ‘탈세 기름’이 우리 사회의 공정·정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회악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유류세로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일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제 시장에서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유를 국내 시장에서는 싸구려 기름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경유가 산업용 연료이기 때문에 싸게 공급해야 한다는 구시대의 낡은 인식은 버려야 한다.
소비자가 새로 도입되는 개별소비세액과 납부사실을 영수증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유류세 징수를 정유사에 떠넘겨 놓고, 뒤에서 세금만 챙기겠다는 정부의 비겁한 자세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국제 에너지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다.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무섭게 치솟던 원유 가격이 느닷없이 10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개별소비세의 탄력적 운영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탄력률을 기름값에 자동적으로 연동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언제까지나 행정부의 선처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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