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예측은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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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예측에 실패했다. 미국의 인플레 수치가 목표치를 벗어난 것은 지난해 5월부터였다. 작년 말에는 이미 물가상승률이 예측치 중간값의 두 배를 넘었다.


1년 전, Fed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연말 기준 2.1% 수준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2025년에서야 2%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예측 실패가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 기획재정부는 어떤가. 기재부의 세수 추계오차는 너무 심했다. 무려 53조원 차이다. 그것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예측에 실패한 것이었고 지난해의 오차율은 역대 가장 큰 21.7%였다. 이 정도라면 지금의 예측도 맞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Fed나 기재부의 예측 실패에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다.


Fed는 되도록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싶었을 수 있고, 기재부는 가능하면 세수를 보수적으로 추정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를 예측한 전문가들을 이해해 줄 만한 여지는 별로 없다. 지난 1월7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올해 목표 주가 평균치는 9만8000원이었다. 현 주가 5만원대를 전망한 전문가는 없었다. 이쯤 되면 예측에 있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예측이 틀릴 거란 말은 정말 농담이 아니다.

예측에 실패하는 이유는 많다. 희망이나 인간적인 약점, 아니면 과거의 경험 때문에 변수를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경우만이 아니다. 기재부는 세수 예측이 잘못된 이유로 정책 환경의 변화를 든다. 환율과 유가 등 경제 환경이 급변했다는 설명이다. Fed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변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상할 수는 없었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사장만 17명인 삼성전자도 사업구조가 워낙 복잡하다. 게다가 변수는 끊임없이 바뀌고 새로 나타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다.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과 기업이 모두 나름의 예측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도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위기를 예상하고 대비한다면 위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은 사실 경제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나무를 보면 숲이 보이지 않고, 숲을 보면 나무를 보지 못한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애초부터 완벽한 예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성공한 예측도 다만 우연일 수 있다. 예측은 평균적으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류는 내일이 있다는 걸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류에게 불확실한 미래는 도전이다. 그래서 인간은 어떻게든 내일을 예측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예측은 예언이 아니다.


하지만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예측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측의 유용성은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 있는 답을 주는 데 있다. 경기를 보는 시각은 지금도 엇갈린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말하고, 미국 의회 조사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더라도 경기가 후퇴하는 ‘경착륙’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심각한 경기 침체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인플레이션이 곧 꺾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희망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행동하면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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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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