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편의점 등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확대' 목소리 커져
현행 제도, 아동·청소년 시설, 의료기관, 상담시설 등에만 한정
직업의 자유·생계 위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전문가 "필요성 공감하지만…재범 막는 근본적인 치료 처우가 더 중요해"

성범죄 전과가 있는 남성이 여성전용 숙박업소를 관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범죄자 취업제한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성범죄 전과가 있는 남성이 여성전용 숙박업소를 관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범죄자 취업제한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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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여성전용 숙박업소를 운영해도 될까.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마련된 현행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여성전용공간이나 편의점 등 아동·청소년의 이용이 잦은 생활밀착업종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과거 '스쿨 미투'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았던 남성 A씨가 지난해부터 제주에서 여성전용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재직하던 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A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으로의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A씨가 지난해 선고받은 3년간의 취업제한은 8일 현재 유효하지만, 성범죄자 취업제한 업종에는 숙박업소가 포함돼있지 않다. A씨는 신고 없이 미등록 숙박업소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신고를 했더라도 사실상 숙박업소 관리가 가능한 셈이다. 지난 2019년 관련 법 개정으로 지자체장이 성범죄자가 운영하는 농어촌 민박시설에 대해 사업장 폐쇄 및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지만, 그마저 2년간 민박사업 금지 등에 불과해 사실상 영업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의료기관 등에 한정된 취업 제한 업종을 숙박업, 특히 여성전용공간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숙박업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호텔 마스터키를 이용해 잠든 투숙객을 성폭행하고 그 과정을 불법촬영한 호텔 직원이 지난해 11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성폭행하고 수차례 강제 추행한 3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성범죄자의 생활밀접업종 취업에 대한 논란도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경기 수원시의 편의점에서 포켓몬빵을 사러온 초등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60대 남성이 과거 저지른 성범죄 전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편의점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접점이 많고 아동·청소년의 이용률도 높지만 성범죄자 취업제한업종에 해당하진 않는다.


심부름 업체 등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도 취업제한 대상기관이 아니다. 지난해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은 전과 14범이었으나, 출소 후 화장품 방문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해왔다. 화장품 방문판매업 또한 현행법상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교육시설, 의료기관, 문화시설, 경비업 등이 취업제한 업종에 포함되며, 아동·청소년의 이용이 잦은 체육시설과 PC방, 오락실, 청소년노래연습장업 등도 성범죄자의 취업이 제한된다.


숙박업과 더불어 아동청소년의 이용률이 높은 생활밀착업종에도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숙박업과 더불어 아동청소년의 이용률이 높은 생활밀착업종에도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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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성범죄자에 대한 과도한 취업제한이 일할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제도는 성범죄자에 대한 일종의 제재이자 성범죄 재발방지를 위해 마련됐지만,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해선 그 제한의 정도가 최소한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한 청소년성보호법 제44조 제1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례도 있다. 지난 2016년 7월 헌법재판소는 성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10년 동안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해당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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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제한 업종의 무차별적인 확대가 위험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취업제한 업종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생계 위협에 따른 또 다른 강력범죄 발생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취업 제한을 확대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치료 처우가 중요하다. 출소 후에도 재범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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