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에 발목잡힌 법…국회의원 이해충돌법, 시행기준 없어 '무용지물'
올해 5월30일부터 법 발효…관련 국회규칙 없어 '시행하나마나'
국회의원 사적이해관계 정보공개 요구, 국회규칙 미비로 비공개
시민단체 "국회 직무유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이 마련됐지만 정작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국회규칙이 없어 ‘맹탕’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세부규정이 없어 작동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법안과 관련 세부규칙을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마련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세부시행을 담은 ‘국회규칙’은 지금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가족 등의 이해관계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고, 안건 심사나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에서 해당 의원과 관련된 단체가 이익 또는 불이익이 있게 될 것을 알게 되면 신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에 따라 해당 의원을 교체할 수 있다.
문제는 관련법만 통과됐을 뿐, 세부적인 내용 등을 담당하는 국회규칙이 법 시행 이후인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령 국회법 34조2의 1항6호에 따르면 국회의원 또는 가족 등이 보유한 주식ㆍ지분 또는 자본금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의 경우 국회규칙이 정하는 금액이나 비율 이상이면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에서 규정한 내용은 등록 절차를 밟았지만, 국회규칙이 통과되지 않아 국회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등록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의정 활동 중에서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정감사 등을 할 때 얼마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피감 대상과 과거 얼마나 가까운 부서 등에 있으면 사적 이해관계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 등도 모두 국회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기준이 없는 ‘공백’상태다. 당초 법이 정한 이해충돌 방지 목적이 달성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국회가 관련 규칙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관련 국회법은 지난해 4월 본회의에서 통과됐는데 지금까지 1년 이상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련 법안은 부칙 등을 통해 올해 4월15일까지 모든 국회의원이 이해충돌과 관련된 사항을 등록하면 윤리심사자문위가 검토한 뒤 5월15일까지 이해충돌 여부 등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지분 등 이해충돌의 소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관련 규정이 없어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은 국회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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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여부도 논란거리다. 앞서 참여연대는 국회사무처에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비공개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관련 규칙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들었다. 이는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회법은 사적이해 등록과 관련해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사항 중 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공개를 규정해놓도 정작 공개에 관련된 국회규칙이 없다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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