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서 출산한 딸(생후 40여일)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출산한 딸(생후 40여일)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헌법 제36조 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행복의 충분한 원천이 되지는 못할망정 또 다른 고통이나 불행의 씨앗이 돼선 아니 될 것이다."
- 대전고법 형사3부 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

열악한 환경에서 출산한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대전고법 형사3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 등도 함께 내렸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4월 대전시 대덕구의 한 빌라에서 태어난 지 40여일된 딸이 밤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며 뒤통수를 때리고 세게 흔드는 등 학대해 머리 부분 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세가 되기 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임신한 것을 알고 딸을 낳기로 결정했지만, 양가 부모님들에게서 양육상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도 밤에 일하고 낮엔 잠을 자야 했다. 피로감이 쌓인 A씨는 산후우울증까지 심하게 앓게 됐고, 결국 판단력과 자제력을 잃은 채 딸을 폭행 및 학대했다.

1심은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생후 1개월여밖에 되지 않아 의사를 울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으므로, 계속 울더라도 친모인 피고인은 그 상태를 관찰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해 적절히 양육 및 보호할 책임이 있었다"며 "피해자의 부친도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다"고 질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보다 주목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감형했다.


재판부는 "제왕절개 후에도 열악한 가정형편으로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육아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피고인의 몫이 돼 좁은 원룸에서 온종일 피해자를 돌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자에게 육아 고충을 토로하고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배우자는 피고인을 달래기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A씨는 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한 후 식당 아르바이트, 택배 작업 등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돕다가 남편과 2020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당시 만 19세에 불과했다.

AD

재판부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산모나 신생아의 지원을 위해 도우미 지원 등 여러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주로 미혼모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피고인처럼 혼인했으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임산부를 지원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많이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함께 지적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