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게 뭐야, 진짜 많이 올랐네" '식용유 대란' 서민들·자영업자 '한숨'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식용유 가격 급등
국내 유통업계 식용유 공급 구매 제한하는 고육책
자영업자들 "식용유 납품 단가 얼마냐" 전전긍긍
당근마켓서 올리고당 식용유 맞교환 글도 올라와
전문가 "식용유 대란…우크라이나 리스크 해소가 우선"
한 창고형 할인마트 식용유 매장진열대. '1인당 2개 구매 제한'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날(12일) 매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격이 오른 식용유에 대해 한숨을 내뱉는 등 물가 상승에 의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사진=윤진근 PD yoon@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윤슬기 기자, 문화영 인턴기자, 윤진근 PD] "올라도 너무 올랐네요…더 오를까요?"
12일 한 창고형 할인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식용유 진열 매대 앞에서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 식용유를 사러 온 노부부는 "1인당 2병 제한이니까 둘이서 4병을 사 갈까?"라며 한참을 망설였다.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식용유 구매 제한에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40대 회사원은 식용유 매대 앞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식용유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하며 구매를 고심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식용유 납품 단가가 많이 올랐다"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30대 주부 최모씨는 "기름값(식용유)이 올랐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직접 구매하려니 체감이 크게 된다"며 "좀 놀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50대 주부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라면서 '포도씨유' 4팩들이 한 통을 구매했다. 이날 식용유 매대에만 10분 사이에 20여명이 몰리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식용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당근마켓'에서는 자신의 물건과 식용유를 맞바꾸자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예 일각에서는 사실상 식용유 대란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 식용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등 고육책 시행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했다.
외국계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도 전 지점 일부 식용유 제품에 한해 1인당 1일 1개 구매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 유통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 스페인, 그리스, 터키, 벨기에 등 식용유 구매 제한 조치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식용유 대란으로 튀김 종류를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광장시장 한 상인.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현재 식용유 가격은 최대 해바라기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이다. 전년동기대비 33.8% 올랐고, 같은 기간 해표 식용유(900㎖)도 4071원에서 4477원으로 가격대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식용유를 다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 완급 조절에 나섰다. 한 창고형 매장 관계자는 "식용유 판매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직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많은 고객에게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인당 2개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각종 공산품을 시중가 대비 5~2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속칭 '식용유 사재기' 현상도 벌어질 수 있어, 업계에서는 수급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를 대로 오른 식용유 가격으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당장 자영업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식용유 구매 경로 질문드립니다", "식용유 얼마에 받으시나요?" 등 긴박함이 느껴지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식용유 대란, 미리 사놔야 할까요?"라는 글에서 "지난번 요소수 대란 일어날때(늦은 대응이긴 했지만) 처럼 정부 차원에서 뭔가 해결을 해 줘야 되는 거 같은데, 그럴까요?"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당근마켓'에는 올리고당을 식용유와 교환하자는 글까지 올라왔다. 또 다른 한 회원은 "폐식용유 나눔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광장시장 한쪽에 놓인 식용유 통. 상인들은 식용유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면 가게 운영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식용유가 가게 운영에 꼭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광장시장에서 만난 한 50대 상인은 "아무래도 식용유 가격이 오르면 당장 빈대떡 파는 사람들은 바로 타격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빈대떡을 주로 팔지는 않아서 크게 문제는 없는데, 아무튼 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상인 역시 "식용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도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당장 전쟁이 끝나봐야 식용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식용유 대란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안정되어야 한다. 그쪽이 가장 큰 공급원이니까. 그런데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가 침공을 멈춰야 한기 때문이다. 결국은 푸틴의 손에 달려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나라도 식용유 구매 제한이 생겼다. 그런데 마트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 중재, 물량 중재하지 말고 식용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것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마트에서의 자발적 구매 제한은 사재기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괜찮은 방법이라고 본다. 이게 시장의 원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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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는 물론 다른 품목 가격 영향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희소 자원들이 많은데 전쟁으로 인해 공급원에 차질이 생겼다. 공장이 폭격을 당하는 등. 이때 다른 품목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윤진근 PD 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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