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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한국은행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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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한국은행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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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출범했다. 축하와 함께 한국은행이 제 역할을 하도록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 김새는 주문을 하고 싶다. 물가 상황이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4.8%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음·식료품 등 체감 물가도 5.7%로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가파른 오름세의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범은 과도한 통화팽창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대부분의 나라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재정지출을 대폭 늘린 탓이다. 가장 싸게 물건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공급해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린 점도 가세했다. 직장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도 복귀하지 않아서 생긴 노동력 부족이 임금 상승을 부채질했다.


우리보다 급하게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미국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로 우리의 두 배 수준이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1.0%에서 금년 말 2.5%까지 급격히 올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공격적인 태도가 회의적인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4월 23일 미 연준이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2.75%로 올리면 2024년에는 소비자물가가 2.3%에서 안정되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것이다. 미 연준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5~6%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현재의 1.5%에서 연내 2.5%나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새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기업들은 늘 낮은 금리를 원하고, 개인들도 고금리 부담을 호소할 것이다. 힘겨운 자영업자와 영끌·빚투로 집을 장만했던 젊은 세대의 불만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라는 목소리로 커질 것이다.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은행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즉, 금리 결정만큼은 소신껏 하도록 하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사례가 타산지석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높아져서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할 시기에 중앙은행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자산 버블을 잉태시켜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 되었다. 일본은행의 독립성 부족을 늘 아쉬워하는 이유이다.


정부도 한국은행만 쳐다보고 있을 한가로운 형편은 못된다. 고통스럽지만 재정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중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긴축까지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중립 수준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반 서민들이 체감 물가의 고통을 덜 느끼도록 해외 원자재 비축·방출 사업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수입 물가를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내놓을 각오도 불가피하다. 2008년 위기 때 MB정부가 보유고의 24% 수준인 600억 달러를 풀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1000억 달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재원마련을 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을 재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고물가가 우리 경제의 암초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그 출발점은 한국은행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처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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