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짱구 피겨 새로운 것 나왔나요?" 장난감 시장 '큰손' 키덜트, 문화로 자리 잡을까
"어린 시절 경험 다시 하고 싶다", "어릴 때 못산 장난감 사는 맛"
마블, 짱구, 레고…'소비력' 좋은 어른들 피겨 인기
전문가 "어린 시절에 했던 좋은 경험…키덜트 문화 생겨"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레고나 프라모델을 사러 왔습니다."
어린이들이나 10대로 가득 찰 것 같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명 '완구 거리'에서는 의외로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얽힌 추억을 다시 한번 회상하고자 하는 어른들이다.
유년 시절 엄마나 아빠에게 조르고 졸라 겨우 마련할 수 있던 이른바 꿈의 장난감도, 이제는 쉽게 살 수 있다. 여기에 영화나 만화, 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인형인 피겨의 경우 성인들의 취미로 불리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은 '키즈(Kids)'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라 부른다.
지난 6일 완구 거리에 있는 한 레고 가게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29)는 "회사 다니면서 지치는 데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는 수단, 취미를 찾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대화를 이어가던 그의 눈은 이미 장난감 진열대를 빠르게 살펴보고 있었고, 그 모습만 놓고 보면 어린아이와 다를바 없었다. 그는 “어릴 때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키덜트족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장난감 매장 승진완구 과장 송정훈 씨(35)는 “20대·30대 젊은 커플이 와서 피겨를 많이 구입한다”며 “예를 들어 짱구처럼 그때마다 인스타그램이나 주변에서 유행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완구 거리가 키덜트족의 ‘핫 플레이스’가 되자 장난감 판매 전략을 바꾸는 매장도 생겨났다. 23년째 장난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키즈랜드 사장 박종진 씨(49)는 “키덜트를 타깃으로 물건을 바꿔야 한다”며 “기존의 아이들 물건을 줄이면서 그 자리를 어른들을 위한 상품들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린시절의 경험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심리도 키덜트족이 키덜트 상품을 구매하는 주된 이유다. 장난감 총에 관심이 많은 남모씨(31)는 “이마트나 더 현대의 키덜트 매장을 주로 간다”며 “어릴 때는 비싸서 못 사던 것을 지금은 자기 돈으로 살 수 있어 그런 향수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른 위한 장난감 시장 꾸준한 성장세…업계, 키덜트 겨냥한 이벤트도 활발
키덜트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산업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키덜트 관련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대, 2015년 7000억 원대 등 매년 20%씩 성장했다. 2020년 1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최대 11조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 키덜트는 이미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팝소켓코리아에서는 아이언맨, 헐크, 배트맨 등 유명 히어로 시리즈 등 캐릭터와 로고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 그립·거치대를 출시하기도 했다. 화장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토이스토리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가정의 달을 맞아 맥도날드에서 선보인 '레고랜드 투게더팩'도 인기다. 레고랜드 투게더팩은 맥도날드와 테마파크 '레고랜드' 협업 제품이다.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맥도날드도 맛있지만, 사실 레고를 모으기 위해서 햄버거를 산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레고가 아니라 특정 기간에만 구입할 수 있는 레고라 가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키덜트샵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구 명동 롯데영플라자의 스모어마켓이 대표적이다. 마켓 직원 이모씨(24)는 “주 고객층은 어른이고 하루에 평균적으로 30명 정도 방문한다”며 “키덜트를 위한 상품이 있는데 주로 피규어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별로 분류돼서 피겨들이 각각 나오다 보니까 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산다”며 “마블이나 토이스토리 같은 픽사 시리즈를 다 챙겨보는 마니아층은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7층 이벤트홀과 행사장에 설치됐던 ‘플레이 앳 홈’ 테마 부스. 대형피겨부터 컬러링 북, 풍선 꾸미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선보였다.
원본보기 아이콘◆ "나이 드는 것, 유예하고 싶은 욕망…강한 소비력 '키덜트' 문화 지속할 것"
키덜트족은 집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키덜트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승진완구 송정훈 과장은 “작은 소품 형식으로 집에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용도로 많이 산다”고 말했다. 스모어마켓 직원 이모씨는 “집에 진열해 놓을 수 있는 작은 피규어나 캐릭터 키링 등을 주로 사 간다”고 설명했다.
키덜트 문화 확산 배경에는 성인이 된 키덜트의 소비력과도 관련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키즈랜드 사장 박종진 씨는 “20대·30대 어른들은 정품을 사려고 한다”며 “13만 원 피규어도 있는데 이런 것도 산다”고 말했다.
스모어마켓 직원 이모씨는 “토킹 피규어(버튼을 누르면 말을 하는 피규어)는 8만 원 대, 큐포스켓(크기가 작은 피규어)은 2만 원대”라며 “마니아층인 분들은 금액이 나가도 대부분 사는 편이고 많이 쓰시는 분들은 10만 원 넘게도 쓴다”고 했다. 창신동 완구 거리에서 쇼핑하던 남모씨도 “장난감 총은 보통 싼 게 10만 원대 정도”라며 “어릴 때는 못 사던 것을 사니까 그 단가가 세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키덜트 문화 배경에는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일단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어른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근본적으로 힘들다"면서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그런 욕망들이 기본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상이 어린시절이다, 나이 드는 것을 유예하고 싶은 욕망, 어린시절에 했던 좋은 경험들이나 재밌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것들 찾기 때문에 키덜트 문화가 생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은 키덜트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변화했다"면서 "애들이나 하는 짓을 어른이 하고 있냐하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다. 지금은 당당하게 하나의 취미,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그런 것들이 문화적으로 트렌드가 돼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키덜트 문화가 성장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어른들의 소비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문화가 좀 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실제 유력한 문화가 되는 것은 결국 소비와 관련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소비가 일어남으로 해서 더 공고해지는 것들이 있다. 어른들이 하는 취미활동은 대부분 그런 쪽에서 강력한 문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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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실제 경제 상황이나 그런 것들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참여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돈을 쓰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키덜트라는 게 근본적으로 나이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갖고있는 놀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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