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남매·자매 등을 통틀어 ‘동기’라고도 한다. 부모의 기운을 나누어 받은 사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은 골육상쟁의 상대이기도 하다. 인류 최초의 살인은 성경에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인 형 카인이 신의 사랑을 받는 동생 아벨을 질투해 살해하며 시작된다. 로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쌍둥이 형제로, 형제가 의기투합해 로마를 세웠으나 경계에 대한 반목으로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나라를 독차지했다.


동기간 질투와 폭력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이복동생 방석과 방번을 죽이고 태종이 됐다. 동기간 골육상쟁은 유독 세습의 성향이 강한 한국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현대, 두산, 금호, 효성, 롯데, 한진 등의 동기간 경영권 다툼은 칼을 들지 않았다 뿐이지 왕조시대의 골육상쟁 못지않았다.

최근엔 범LG가 아워홈이 그렇다. 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회사다. 비상장사로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구미현(19.28%)·명진(19.6%)·지은(20.67%) 세 자매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아워홈 동기간 갈등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부터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고,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부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워 2016년 6월 대표에 취임했고, 구지은 부회장은 자회사 대표로 밀려났다. 이듬해 구지은 부회장은 구본성 전 부회장에 반발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으나 장녀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며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세 자매가 힘을 합쳐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 경영권 다툼은 종식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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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구지은 부회장과 의기투합한 구미현씨가 돌연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다시 구지은 부회장 축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가 펼친 고배당 정책이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10% 안팎에 머물던 배당 성향은 구본성 전 부회장 취임 첫 해인 2016년 11.5%로 높아졌고, 2017년 14%, 2018년 34%, 2019년 96%가 됐다. 당시 아워홈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5억7500만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한 상태였다. 더욱이 구본성 전 부회장은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직원들로선 회사의 발전보단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행보가 달갑게 보일리 없다.


아워홈의 신뢰도는 무너졌고, 애사심과 능력 있던 직원들은 의욕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경영 안정을 뒤흔드는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워홈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다. 1만여 직원의 희생과 노력으로 지난 30년간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종합식품기업이다.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판관인 부모의 지혜로움이 절실한 때다.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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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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