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내향인이 1년간 외향인으로 살아봤더니...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고독을 추구하고, 집중을 잘 하고, 장시간의 사교 활동을 힘들어 한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성향을 보인다. 다대다보다는 일대일 대화가 편하다. 있지도 않은 약속을 핑계로 동료들을 멀리한다. 혼자 있거나 명상을 하며 에너지는 얻는다. 공감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수줍은 내향인이다.
흔히 내향인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떨쳐내야 할 단점이지만 ‘피부에 생긴 염증’처럼 잘 떨어져 나가지 않는 골칫거리로 여긴다. 브라운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아닌 두려움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내성적인 그녀. 이 책은 그가 1년간 외향인으로 살아본 경험을 그린다.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인생이 바닥 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스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실직자가 됐고, 차근차근 이력을 쌓기는커녕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의욕을 상실했고, 우울하고, 외로웠다. 흔히 내향인은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산이다. 비록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고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과 자극을 견뎌 내진 못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욕구가 누구보다 큰 사람이 내향인이다. 그만큼 채워지지 않는 고독감이 컸다. 변화가 필요했다.
심리학자 스테판 G. 호프만에 따르면 인간은 존재 자체가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항상 다수집단으로부터 내쳐질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노출치료다. 노출 치료란, 거절당할 게 분명한 ‘최악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길가에 서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든가, 또는 사람이 아주 많은 장소에 가서 매일 커피 한 잔을 자기 몸에 쏟아 붓게 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최고의 ‘악몽’을 떠올리면” 된다.
저자가 택한 방법은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영국 여왕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가끔 ‘빅토리아’(영국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란 엉뚱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상태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올해 눈이 올 거라고 생각하세요?”라고 하거나, 느닷없이 어느 아주머니에게 “커피 좀 마시려고요”라고 말을 건넸다. 결과는 어땠을까. 답이 없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잡담’이 이어졌다. 그렇게 초밥집에서 처음 본 프랑스인과 브렉시트에 관해 대화했고, 버스에서는 스무고개를 하는 손녀와 할머니 사이에 불쑥 끼어들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이 건네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의 실제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실은 모두가 대화를 원했다”며 “(말을 걸었을 때 받아주지 않는) 반응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기력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자기만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감도 느낄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행동과학자 니컬러스 에플리 역시 비슷한 조언을 전한다. 고립된 삶을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서로 쉽게 말을 걸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사람들 사이에 작은 연결고리들이 늘어나며 우리 사회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얻은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송에 출연해 대중 앞에 선다. 무리에서 튀는 행동을 하면 배척당했던 두려움에서 기인한 뿌리 깊은 진화적 본능과 싸워냈다. 비록 걱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긴 했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쳤다. 그렇게 32년 묵은 무대 공포증은 옅어졌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R. 리틀은 성격이란 고정돼 있지 않으며 단순히 천성이나 양육 방식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격은 행동의 결과로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인간의 성격에 관해 머릿속에 박혀 있던 이전까지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외향인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났을까. 아니다. 저자는 여전히 내향인의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대중 앞에 서는 두려움을 여전히 느낀다. 하지만 이젠 그게 꼭 장애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신이 변화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도 알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한번쯤은 외향인으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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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 제시카 팬 지음 | 조경실 옮김 | 부키 | 456쪽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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