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1위 국가 아이슬란드의 비밀 '스프라카르'

[빵 굽는 타자기] 남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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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여성의 낙원’으로 불린다. 50인 이상인 회사의 이사회는 성별 비율이 최소 6대 4여야 한다는 법이 있다. 기업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들이 선천적으로 성평등 의식을 지니고 태어난 건 아니다.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는 1980년 아이슬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남성 후보들보다 다른 방면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유방 절제술 후 완치된 유방암 생존자였다. TV토론에서 ‘가슴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불리한 점일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에 모유 수유를 하진 않습니다"고 자신 있게 말한 비그디스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맡았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됐다. 비그디스가 대통령직을 16년간 유지하고 있을 때 성장한 젊은이들은, 한쪽 유방이 없어도, 이혼한 사람이라도, 국가원수인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자라났다. 선출직에 도전하는 아이슬란드 여성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그들 중 다수는 첫 여성 대통령이 재임했던 기간 성장기를 보낸 세대였다. 이들은 어릴 적, 아빠가 남성이듯, 국가원수는 여성이라 생각했다.


사업가 겸 작가이자 네 아이의 엄마이자 현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저자는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자국의 성공 과정을 ‘스프라카르’를 통해 보여준다. ‘비범한 여성’ ‘걸출한 여성’이라는 의미의 아이슬란드어다. 그들은 여태껏 이룬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더 많은 스프라카르가 태어나길 원한다. 가부장제는 여전히 강력하고 뿌리 깊으며 코로나19 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크게 늘었다. 기업 이사회의 성별 할당제 법률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아이슬란드가 성평등에 집착하는 것은 그들이 유달리 도덕적이거나,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여 있기 때문은 아니다. 성평등은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열린 경제, 민주주의, 높은 교육수준, 국제적 마인드, 첨단기술사회라는 점에서는 한국과 비슷하다. 섬(북쪽이 막힌 한국도 사실상 섬이다)이라는 고립된 환경, 거친 자연환경은 모든 인적자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남성이 CEO인 기업은 여성이 CEO인 기업보다 투자 유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성별 편향이 투자 부적격인 회사를 걸러내는 데 방해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차별이 이익을 배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렐’이라는 육·어류·가금류 가공산업 설루션 업체는 아이슬란드의 가장 큰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아이슬란드 산업계는 성별 및 인종 다양성이 증가하면 순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을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0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임원진의 성별 다양성 상위 4분위수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하위 4분위수의 기업들보다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25% 높았다.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스프라카르’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한국 여성운동계의 상징적 일부 롤모델들은 추문과 진영논리로 스스로 무너졌다. 그 빈자리를 지금 채워가고 있는 것은, 새로운 롤모델이 아니라 안티 페미니즘과 맹목적인 능력주의다. 한국의 스프라카르를 키우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은 폐기 처분의 위협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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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평등 1위 아이슬란드의 비밀 스프라카르 / 엘리자 리드 지음 / 지은현 옮김 / 1만8000원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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