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검사 "‘검수완박’, 형사사법시스템 근간 뒤흔드는 법안"
법사위에 ‘민주 출신’ 무소속 양향자 사보임… 안건조정 무력화 우려
권상대 부장검사 "의원에 사정, 곱지 않은 민의 호소 상황 안타까워"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검찰에서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제도와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현직 검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46·사법연수원 32기·부장검사)은 8일 검찰 내부망에 ‘검수완박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글을 올렸다. 권 부장검사는 법무부 형사법제과와 검찰국 검찰과, 공안기획과장 등 거치면서 법제업무를 담당해왔다.
권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 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형소법 제196조를 중심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한 형소법, 검찰청법 규정들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되는 새 제도를 안착시킬 때라거나, 국민 불편만 더욱 가중된다거나, 중대범죄 대응이 무력화될 것이라거나, 정보와 수사를 한 손에 쥔 경찰권 남용 소지가 있다는 등의 말씀을 일일이 세세하게 되풀이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또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다. 법사위에 소속됐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재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국회 법사위의 위원 정수는 18명으로, 이 가운데 11명이 더불어민주당, 6명이 국민의힘, 1명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합의돼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하면서 최강욱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변경, 민주당 12명과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권 부장검사는 "퇴근 무렵 법사위원 사보임 소식을 들었는데,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안건조정위가 구성되고 3분의 2 이상 의결이 있으면 소위 심사를 마친 것으로 간주된다"며 "이번 사보임으로 민주당 3, 국민의힘 2, 무소속 1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 이 경우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법안에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으면 민주당 + 무소속 4, 국민의힘 2로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하게 돼 그 결과는 소위심사 종료이고, 전체회의, 본회의 일정이 한 달 내에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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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보임은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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