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경연 본질에 코미디 첨가하니 세계적 포맷됐죠
국제 포맷 시상식서 대상 받은 박원우 디턴 대표
'복면가왕' 기획안 3년 동안 방송가 표류…고정관념이 걸림돌
편견 깨는 방식 해외서도 흥행…구성·진행 포맷 50개국 수출
창작자 보호 선진국서 배워야…모든 권리 방송국 소유는 불합리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은 복면을 활용한 경연 예능 프로그램의 원조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다. 구성·진행 방식 등 포맷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약 쉰 나라에 수출됐다. 미국판은 매회 시청자 수가 1000만 명 안팎이다. 프랑스판도 동시간 시청률 선두를 고수한다. 방송 포맷 커미셔너와 바이어, 제작자들은 훌륭한 지식재산(IP)을 현지에 맞게 변형한 덕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국제 포맷 시상식(International Format Awards) 대상 투표에서 박원우 디턴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 ‘복면가왕’의 뼈대를 고안하고 구체화한 장본인이다. 실력 있는 출연자가 외적 요소에 발목 잡혀 탈락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창안해 세계 예능 판도를 흔들었다. 빛나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영상콘텐츠 박람회 밉TV(MipTV)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 비결과 국내 방송 포맷의 확장 가능성을 들어봤다.
-북미와 유럽 방송인의 전유물로 여겨진 국제 포맷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방송인 최초라는 수식은 중요치 않다. 많은 아시아 콘텐츠가 이미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다. 일환으로 얻은 작은 성과일 뿐이다. 국내에서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는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수상 전날 초대를 받아 마이클 유딘 미국 마이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저녁 식사를 했다. 폴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핀란드의 방송 포맷 사업자 여덟 명도 함께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이쪽저쪽에서 세계적으로 흥행할 만한 요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만 노리는 우리와 달리 자신들의 무대를 세계로 보더라. 배워야 할 점이다.”
-‘복면가왕’ 기획안은 3년여 동안 방송가를 표류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나.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프로듀서가 많지 않았다.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경쟁을 조성하려는 취지인데 일부는 복면 아이디어를 제외하자고도 했다. 누가 출연하는지 모르면 시청자가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이디어를 수정하기보다 계속 설명해서 이해시키려고 했다. 진지하게 관심을 표명한 방송인이 붐(이민호)의 소개로 만난 민철기 프로듀서였다. MBC로부터 파일럿프로그램(시험 삼아 내보내는 프로그램) 제작을 허락받고 한 달 만에 만들었다. 시청률이 16% 이상 나와 바로 정규 편성될 수 있었다.”
-‘복면가왕’에서 복면은 출연자의 정체를 감추고 세상의 편견을 깨는 매개체다. 효과를 극대화하며 흥행을 견인한 요인이 있을까.
“코미디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음악 프로그램 대부분은 분위기가 진지하다. 노래하는 가수의 실력과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면 ‘복면가왕’에는 웃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고정 출연하는 김구라와 김성주, 신봉선, 이윤석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들이 빚어내는 웃음에 유영석, 김현철, 윤상 등 판정단이 훌륭한 평가를 덧입혀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복면가왕’ 포맷이 수출된다는 이야기에 국내만큼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세계적 성공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국내 모든 방송인이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어느 정도 통한다는 기대는 있었다. 복면이나 가면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세상의 편견을 가려주는 도구로 사용됐다. 현지 문화에 맞게 구성을 변형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봤다. 실제로 기획 단계에서 가면 문화가 발달한 중국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관련 안건에 흥행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적었는데 예상대로 적절하게 리메이크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까지 수출이 가속화된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크레이그 플레티스 스마트 독 미디어 대표의 회고가 아프게 다가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태국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TV에 시선을 빼앗긴 딸이 ‘아빠도 저런 프로그램 좀 만들어봐’라고 해서 ‘복면가왕’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복면가왕’ 태국판이었다. 국내 방송사가 얼마나 해외 판매에 소극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실제로 방송사에 관련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해외시장에서 가교역할을 수행해 독립 사업자도 해외 공략을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해외시장을 겨냥해 기획한 ‘마이 랭킹’과 ‘댄싱 인 더 박스’ 모두 콘진원의 도움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롭 웨이드 폭스 올터너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복면가왕’의 성공을 가리켜 “사람들을 다시 TV 앞에 불러 모으려면 창의력을 발휘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근래 유튜브 등 플랫폼의 확산으로 안전주의 경향은 옅어졌다. 이에 맞는 영리한 포맷을 개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 시장에 맞는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 해외 방송 포맷 커미셔너나 바이어들은 인기 연예인에 기대는 비중이 큰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프로그램이 무조건 우선이다. 효과적으로 개발하려면 창작자에게 공정한 수익 분배부터 보장해야 한다. 해외 선진국에는 창작자를 보호하고 역량을 높이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합당한 보상 없인 발전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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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포맷 연구·개발사인 디턴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 있나.
“그렇다. 신진 창작자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려면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저작권법 100조)부터 고쳐야 한다. 영상화에 협력한다고 약정한 실연자의 권리가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다고 추정하는 내용이다. 모든 영상 제작물의 권리를 방송국이 가져가는 건 불합리하다. 영화, 음악, 드라마가 현실적 분배의 모양을 갖춰나가듯 방송 창작자에게도 충분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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